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에 수리작업차 승선한 한국인 노동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명확한 감염 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러시아 선원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종 확인된다면 러시아 선박발 첫 내국인 확진사례가 된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영도구의 선박수리업체 직원 A씨가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최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 정박한 러시아 어선 P호에 승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체 측은 A씨가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가 속출한 러시아 선박 7척이 정박한 부산 감천항에서 일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방역 당국은 A씨가 P호에 승선해 작업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자세한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지난 8일 입항한 P호에서는 A씨뿐만 아니라 외주업체 직원 20명도 함께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돼 접촉자 조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아울러 방역 당국은 업체 측 다른 직원이 감천항을 비롯해 부산항 곳곳에 정박한 배에 오르며 수리 작업을 한 정황이 있어 이들의 감염 여부와 A씨와의 접촉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당국은 A씨 감염이 감청항을 거쳐 영도구 수리조선소에 정박한 뒤 확진자가 쏟아진 러시아 선박 레귤호와 연관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직접 이 배에 오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레귤호 선상에서 작업한 다른 선박수리업체 직원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이번 A씨 사례가 최종 확인될 경우 러시아 선박발 내국인 감염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한다. 그간 러시아 선원 확진자와 접촉한 하역작업자 등 수백여명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지만 확진자는 한 명도 없었다.
통상적으로 선박은 부두에 접안하면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하역작업뿐만 아니라 선식(船食)·장비 등 각종 물품을 보급받고, 고장 난 선체나 기기도 수리한다. 이 과정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노동자가 배에 올라 간부 선원들과 업무 협의를 하면서 작업을 진행한다. 선원들과 작업자 사이의 접촉이 필수적이어서 업계에서는 그동안 내국인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게 천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확진자 3명이 나온 러시아 선박 크론스타드스키호(2461t)에서 격리 중이던 러시아 선원 14명 중 3명이 코로나19 진단 재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발 선원 확진자는 46명으로 늘어났다.
방역 당국은 나머지 11명에 대해서도 재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 확진자가 추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