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에는 닭공장 공사 현장을 시찰했다. 한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던 김 위원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며 민생 챙기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때 주민들에게 선전할 성과를 만들어 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황해북도 황주군 광천리에 새로 건설하고 있는 닭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3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방문 일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박정천 총참모장, 김수길 총정치국장, 김여정·조용원 노동당 제1부부장, 현송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은 “닭공장 건설은 당이 오래 전부터 구상하고 많은 품을 들여 준비해온 사업”이라며 “당에서 그토록 마음 쓰는 인민들의 식생활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장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식량 사정이 다소 개선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먹는 문제 해결이 북한 지도부의 주요 관심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닭공장이 완공되면 매년 수천t의 닭고기와 수만개의 계란이 생산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 민생·경제 행보에 힘을 쓰고 있다. 며칠 전에는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아 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해 강하게 질책하며 책임자 전원 교체를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을 대폭 줄였던 몇 달 전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내각에 맡겨온 경제를 김 위원장 스스로 다시 챙기고 있는 것 같다”며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국내외 상황을 감안하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북한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로 내다봤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북한의 쌀 수확량을 136만t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연간 쌀 소비량(약 550만t)의 2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재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시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고지도자가 왕성하게 활동하며 주민들의 생활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사진도 여러 장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한 손에 담배를 끼운 채 닭공장을 둘러보거나 환하게 웃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이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