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다주택자 참모들 가운데 ‘똘똘한 한채’ 논란을 일으켰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충북 청주 아파트 처분 이후 처음으로 충청 지역을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 방문에 동행한 것이다.
통상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거나 서울을 제외한 지방 행사에 참석할 경우 청와대에 남는 게 관례다. 국정 손실을 막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물론 청와대 차원에서 중요한 행사라고 판단할 경우 비서실장이 대통령과 동행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무기 시찰을 하며 최첨단 전략무기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무기체계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무기개발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중요한 국방 행사였지만 행사 자체가 긴급하거나 국가의 사활을 걸 만한 성격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국방과학연구소 방문에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안준석 국방개혁비서관 등 안보라인이 총 출동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왕정홍 방위사업청장 등도 함께했다. 국방 관련 인사들이 모두 참여한 것이다. 굳이 노 실장이 청와대를 비우고 대통령을 수행할 이유가 없었지만 그는 이번 대전 방문 참모진 명단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 노 실장이 청추 집 매각 이후 성난 충청 민심을 달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을 방문해 ‘현무-2’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한 적이 있다. 당시 정책실장, 경호처장, 과학기술보좌관, 안보실 1차장 평화군비통제비서관 등의 참모진이 대통령과 동행했는데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 실장의 대전행이 의문을 낳는 이유다.
특히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지방 행사 가운데 유독 충청지역 일정에 자주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 실장은 지난 3월 4일 문 대통령과 함께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68기 공사 졸업식 및 임관식에 참석했다. 당시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일로인 상황이었는데, 이례적으로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동시에 청와대를 비우고 지방을 찾은 것이다. 노 실장은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이 참석한 해군사관학교(경남 창원) 임관식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노 실장은 지난해 5월 충북 청주 오송CV센터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에도 발도장을 찍었다. 대통령의 지역투어 일정에 처음으로 함께했다. 당시 청와대는 “노 실장은 전기회사를 차린 경제인 출신으로 바이오헬스 등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았다”고 동행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노 실장은 대통령의 울산(수소경제), 대전(4차 산업혁명) 투어 등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충북 청주에서 국회의원을 내리 세 번이나 한 노 실장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을 직접 챙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노 실장의 청주 집 매각발표 이후 충청도민들 사이에선 “지역구를 버리고 서울 강남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노 실장은 최근 서울 반포동 아파트 대신 청주 아파트를 먼저 내놨으나 지역주민이 반발하자 서울 집도 팔겠다고 밝혔다. 노 실장이 이날 대전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충청 민심 달래기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