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다음 주 서울시 현장점검… 은폐 확인되면 징계 요청”

입력 2020-07-23 12:20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다음 주 서울시 현장점검에 나선다. 여가부는 수사 과정에서 서울시 소속 공무원에 의한 피해 사실 은폐 등이 확인되면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다.

여가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다음 주 이틀간 전문가를 대동해 서울시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방지 조치나 고충처리 시스템 운영 등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직원들이 성폭력 예방교육에 어떤 식으로 참여하는지 살펴보고 조직 내 2차 피해 상황이 있는지도 면접을 통해 점검을 진행한다.

양성평등기본법 등 관련법에 따라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은폐했거나 근로권에 추가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수사기관 조사를 통해 확인되면 여가부 장관이 해당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여가부는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징계 요청에 나설 방침이다.

박 전 시장 피해자 측이 요구한 고위선출직 공무원의 성폭력 실태 파악에 대해선 “좀 더 면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여가부는 “지방자치단체 선출직 공무원을 누가 조사할지 등의 방안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만들 계획”이라며 “그전에라도 여가부 장관의 의견 표명은 언제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시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여가부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2차 가해보다 우리 사회에서 2차 가해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관련 지침과 대국민 인식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여가부 폐지론과 관련해 여가부는 “이런 사건(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여가부에 (실질적인) 조사 권한이 없다”며 “여가부의 기능과 타 기관과의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항변했다. 실제 서울시를 대상으로 하는 여가부의 현장점검에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여가부는 “현재 피해자와 연락을 유지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안전하게 지낸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며 “위계, 위력 관계에 있는 성폭력 사건의 신고를 원활히 하고 피해자가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범정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코자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