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지난 22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4년간 서울시 인사 담당자 등 20명에게 피해 사실을 호소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를 돕고 있는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시청은 성폭력 사건이 벌어져도 묻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피해자는 4년 동안 서울시청에서 비서로 근무하면서 7번의 전보 요청을 했다. 전보 요청을 할 때마다 고충을 토로했다”며 “평상시에도 (박 전 시장이 보낸) 텔레그램상에 불편한 내용이나 속옷 사진 등을 보여주면서 고통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소에도 불구하고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하도록 해 줄테니 다시 비서로 와라’ 등의 표현을 했다”며 “서울시 자체적으로 모범적인 성희롱·성폭력 메뉴얼을 가지고 있더라도 직원들 내부에서는 전혀 이러한 정책이 스며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청은) 전형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었다”며 “가해자의 행동을 범죄라고 보지 않았다. 오히려 사실관계를 축소하고 피해자의 입을 다물게 하고 2차 가해까지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조직 내에서 피해자는 가장 약자일 수밖에 없다.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고 호소했더라고 묻힐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 의혹을 가장 먼저 보고한 인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 특보를 향해선 “잘못된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희롱·성폭력 매뉴얼상에 보면 가장 기초적인 조치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도 작동되지 않은 상태로 운영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감독자 자체가 잘못된 성인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어 “A씨가 젠더특보에게도 고통을 호소했는지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자 측은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가 아니다’라며 경찰 수사와 별개로 서울시가 추진하는 진상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상조사를 맡기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 다음 주에 진정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서울시는 진상조사단 추진을 철회하고 인권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