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사진, 속옷…” 미성년 양녀 성추행한 인권운동가

입력 2020-07-23 09:41
유리 드미트리예프.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스탈린 시절 폭정을 폭로하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온 역사학자가 입양한 미성년 양녀를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북서부 카렐리야 공화국 수도 페트로자봇스크 시법원은 22일(현지시간) 역사학자 유리 드미트리예프(64)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그에게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양녀가 8세였을 당시 딸의 속옷에 여러 차례 손을 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양녀가 야뇨증을 앓고 있어 속옷이 젖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다만 검찰이 함께 제기했던 양녀를 이용한 포르노물 제작과 무기 불법 보관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변호인은 중형 선고에도 불구하고 드미트리예프가 그동안 구치소에서 보낸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오는 11월에는 출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폭정을 고발하는 연구자로 유명한 드미트리예프는 옛 소련 시절 정치적 탄압을 연구하는 유명 인권운동단체 ‘메모리알’(기억)의 카렐리야 지부장으로 활동해 왔다. 1930~40년대 정치범 희생자들에 대한 책을 펴냈고, 1997년에는 스탈린 대숙청기에 9000여명이 총살돼 묻힌 집단 매장지를 카렐리야 공화국에서 발견해 러시아를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드미트리예프는 입양한 어린 딸의 나체 사진을 찍어 아동 포르노물을 제작하려 한 혐의로 지난 2016년 12월 처음 구속됐다. 검찰은 성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그가 집에 총기 부품을 불법으로 보관해온 혐의도 추가해 구속 연장을 신청하는 등 기소에 열을 냈다.

드미트리예프는 수사 과정에서 “저체중증을 앓는 딸의 성장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해명했다. 또 딸이 11살이 된 이후에는 촬영하지 않았고 찍은 사진은 자기 컴퓨터에만 보관해 유포한 적도 없다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페트로자봇스크 시법원은 2018년 4월 드미트리예프의 아동 포르노물 제작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고, 무기 불법 보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고, 카렐리야 공화국 대법원은 2018년 6월 상고심 공판에서 재심을 명령하면서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일각에선 사법당국이 정치범 희생자들에 대한 드미트리예프의 연구를 방해하기 위해 근거 없는 성추행 혐의를 씌워 그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