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토지공여, 연락사무소 배상” 이인영 구상 현실성 있나

입력 2020-07-23 00:10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 본부 앞에서 약식 기자회견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배상 문제를 북한으로부터 토지를 받아 해결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남북 상호대표부 설치 때 필요한 땅을 북한으로부터 공여받아 연락사무소 폭파에 관한 배상을 갈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상호대표부 설치에 당장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 방안은 구상 수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22일 “이 후보자가 대표부를 평양에 설치할 때 북한으로부터 토지를 제공받는 방법으로 연락사무소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통일부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이런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 요구 자료에서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을 언급하며 서울·평양대표부 설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지시에 따라 북한군이 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하자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연락사무소 폭파는 엄연히 우리 정부에 대한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 우리 예산 약 100억원을 들여 건물을 개·보수했고, 사무소 실내에 우리 정부 직원들이 사용하던 집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손해배상 청구 등 사법 절차에 따른 문제 해결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남북 관계의 특수성상 손해배상 청구 등 사법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때 상호대표부 설치를 북한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노이 노딜’에 이어 최근 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당장 상호대표부 설치에 응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 후보자 개인의 구상일 뿐 통일부 차원의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23일 오전에 열린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