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에서 개발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개별 업체가 개발한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국제공동개발에 참여해 재정 지원을 한 만큼 우리 몫을 챙긴다는 계획이다.
22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50개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후보가 개발되고 있고 이 중 23개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돌입했다. 정부는 이 가운데 개발 가능성이 가장 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후보물질을 선점했다.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후보물질은 지난달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임상 1상에선 백신 접종자 전원에게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보건복지부와 아스트라제네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날 3자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고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 양산에 들어갈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생산거점으로 해 국내에서 일정 물량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교부를 필두로 백신 공동개발 및 수급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비)이 추진하는 ‘글로벌 백신공급체계’에 참여해 여기서 개발한 백신을 조달하는 방안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백신 공동개발에 참여하면 재정적 지원 등이 진행되고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 백신 배분에 있어 우리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신을 공수해도 실제 효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얼마만큼 방어가 될진 또 다른 문제”라며 “백신을 접종해도 코로나19로부터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치료제 11건, 백신 2건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특히 치료제 개발에서 상당 부분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제제 생산에 들어간 녹십자 혈장치료제는 8월 중 생산이 완료된 뒤 곧바로 임상 2상에 들어간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도 지난 17일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이 항체치료제는 사람과 유사한 임상적 증상을 나타내는 족제비에서 콧물, 기침 등이 개선되는 효과를 냈고, 원숭이를 이용한 독성시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됐다. 셀트리온은 9월부터 항체치료제 상업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국내 중증환자에게도 공급된 치료제 ‘렘데시비르’에 대해선 회의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전남도는 “빛고을전남대병원에서 치료받던 70대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돼 조선대병원으로 옮겨 렘데시비르를 투여했는데 효과 없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국립보건원은 초기 중증이 아닌 상태가 너무 악화한 환자에 대해선 렘데시비르 투여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지침을 변경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