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일명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이 연매출 10억원 이상 인터넷사업자로 구체화됐다. 네이버·카카오와 웹하드 사업자 등은 불법촬영물 상시 신고 기능과 검색 결과 제한 조치 등을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건이 발생한 텔레그램에 대한 제재가 어려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사업자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 책임 강화를 위해 대상사업자 범위와 기술적·관리적 조치 내용을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을 22일 발표했다. 지난 5월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일명 ‘n번방 방지법’인 해당 법안들이 통과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 적용 사업자로는 이용자가 공개된 형태로 정보를 게재·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정 사업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가 포함된다. 기준은 전년도 매출액 10억원 이상, 일평균 이용자 10만명 이상이다. 매출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물론 정상적으로 커뮤니티 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도 대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규모가 더 작은 업체에 대한 유통 방지책도 세웠다. 방통위는 매출액이 10억이 넘지 않더라도 하루평균 이용자가 10만명 이상일 경우 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2년 내 불법 촬영물 등 관련 시정요구를 받았을 경우 대상 사업자에 포함되도록 했다.
대상 사업자들은 불법촬영물 유통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법촬영물에 해당할 경우 게재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상시적 신고기능을 마련해야 한다. 또 불법촬영물 관련 검색어를 제한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해당 서비스 직전 3년의 연평균 매출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
방통위는 개정안에서 불법촬영물 삭제요청을 할 수 있는 기관·단체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성폭력피해상담소로 명시했다. 이 외에도 ‘불법촬영물 삭제지원 및 유통방지 사업’을 국가로부터 위탁·보조받아 수행하고 있는 기관·단체면 삭제요청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입법 당시부터 제기돼온 법안의 실효성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범죄가 일어난 텔레그램에 대한 구속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해외사업자인 구글과 페이스북은 최근 감독기관의 제재안을 수용하고 있는 만큼 관련 조치를 이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국내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의무만 늘어난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와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에서 모호한 부분이 있고, 사업자가 임시 삭제해야 하는 불법촬영물에 대한 기준도 애매하다”면서 “기술적 관리 대상 서비스와 필터링 기준 등 세부적인 구체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10일 시행된다. 기술적 조치 적용 의무는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