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비틀어진 소량의 반찬, 찬물에 불어터진 밥알’ ‘눈씻고 찾아봐도 콩조각 하나 없는 멀건 콩나물국’.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이른바 ’국물밥’ 등 극히 부실한 급식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새 제도가 추진된다.
의사표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아와 어린이의 허기를 볼모 삼아 그릇된 이득을 챙기는 악덕 어린이집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광주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어린이집 급식에 사용될 음식 재료를 공동구매한다고 22일 밝혔다.
신뢰성이 검증된 공급업체로부터 어린이집이 양질의 급식재료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일부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달 시의회와 5개 자치구, 어린이집 연합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공동구매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10월부터 3개월간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1월부터는 본격 공동 구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동구매 참여 어린이집에는 1일 1인 515원을 지원한다. 급식재료 55% 이상 참여를 의무로 하고, 나머지는 자율구매한다.
5개 자치구는 이에 따라 24일부터 구청 홈페이지에서 공급 업체를 공개 모집한다. 각 자치구는 공동구매 추진위원회를 저마다 구성하고 자체 심의를 거쳐 20∼30개 급식재료 공급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업체는 10월부터 1년간 각 어린이집에 해당 급식재료 납품을 전담하게 된다.
참여자격은 광주에 사업장을 둔 업체로 참여 품목에는 제한이 없다. 5개 자치구에 중복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 급식일에 맞춰 식자재를 배달해야 하고 소규모 어린이집에도 배달이 가능해야 한다.
어린이집은 선정업체 중 희망하는 업체를 선택해 1대 1 계약을 하면 된다.
광주지역 일부 어린이집은 그동안 급식이 너무 부실하다는 여론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 영양도 불균형하고 신선도가 떨어진 급식재료를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교육청과 시청 등의 행정·위생 점검이 형식적으로 운영돼 당일에만 ‘잘 차려진 급식’을 주면서 ‘감시’를 피하는 등 비뚤어진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여론이 적잖다.
강영숙 시 여성가족국장은 “품질이 우수한 급식재료를 공동구매해 학부모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급식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