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대응” 칼빼든 추미애…사모펀드 강남아파트 통매입 좌절되나

입력 2020-07-22 17:32 수정 2020-07-22 19:57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부동산 사모펀드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을 검찰에 지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온 지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불법은 엄단해야겠지만 정상적인 투자도 투기로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 급등의 책임 소재를 투기세력의 불법행위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전날 검찰에 기획부동산 및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 등 금융투기자본의 불법행위를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22일 밝혔다. 개발제한구역 개발행위, 차명거래 행위, 불법 부동산 중개 행위, 조세 포탈행위 등도 수사 선상에 오른다. 법무부는 범죄수익까지 철저히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는 최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의 각종 불법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불법행위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 강남 등의 집값 급등 원인 중 하나로 불법 투기를 지목한 것이다.

추 장관은 앞서 페이스북에서도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 이후 부패 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장사를 하며 금융권을 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해야 한다는 ‘금부분리’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동산이 서민 인생을 저당 잡는 경제시스템은 과거 토건세력이 만든 것이지 문재인정부가 만든 게 아니라고 했다. 야권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법무부장관도 국가 정책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반박했었다.

법무부는 이번 지시가 특정 사안을 두고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민 박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모펀드들의 행위에 위법 요소가 있는지는 들여다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무부 지시가 이지스자산운용의 강남 아파트 통째 매입을 겨냥한 것이라고 본다. 추 장관도 앞서 이지스운용의 사례를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라고 지적했었다. 이지스운용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소재 ‘삼성월드타워’ 14층 아파트 1동(46가구)을 420억원에 매입했다. 새마을금고 7곳에서 270억원 대출도 받았는데 100억원가량이 부동산 대출 규제를 초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리모델링을 위한 시설자금대출 명목으로 대출을 받았었다는 입장이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추후 새마을금고 요청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법인이 아파트라는 실체를 담보로 잡았기 때문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준수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대출이 어떻게 나가게 됐는지 조사 중”이라며 “LTV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회수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약 규제 위반이라고 판단될 경우 금고 측은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추 장관이 집값 급등의 원인을 정부 정책의 실패가 아닌 사모펀드로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최근 부동산 시장 급등은 정책 실패 및 유동성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지 사모펀드와 연관시키는 건 타당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부동산 투자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사모펀드가 주택을 매입해 임대를 주는 투자는 일반적인 것”이라며 “사모펀드가 집값을 올린 것도 아닌데 죄악시하는 분위기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성원 조민아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