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휴스턴 中총영사관 72시간 내 폐쇄 명령”

입력 2020-07-22 17:27 수정 2020-07-22 20:36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2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있다. 왕 대변인은 “미국이 갑자기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취소하지 않으면 반드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통보했다고 중국 정부가 22일 밝혔다. 총영사관 폐쇄는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사이에선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후베이성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21일 갑자기 휴스턴의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했다”며 “우리는 미국이 잘못된 결정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미국의 조치를 ‘일방적인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이는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며 중·미 관계를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에 휴스턴 총영사관을 폐쇄하라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조치가 이례적으로 높아진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의 난폭하고 부당한 행동을 강력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휴스턴 총영사관이 침투 활동이나 내정간섭에 관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폐쇄를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왕 대변인은 미 정부가 폐쇄를 요구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중국은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으며 침투와 내정간섭은 중국 외교부의 전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중 미국 대사관 인력이 오랫동안 침투 활동을 해왔다”며 “누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했는지 누가 침투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21일(현지시간)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라고 요구한 가운데 이날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앞에 소방차가 출동해 있다. AP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총영사관 폐쇄 통보에 대해 “미국의 지적 재산권과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덴마크 방문을 수행 중인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미국은 중국이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중 관계에서 공정성과 호혜성을 강조해온 사실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타국 영사관에 대한 폐쇄 조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2017년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미국 외교관의 숫자를 제한하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 폐쇄를 통보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중국의 대선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온 것도 총영사관 폐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최근 중국이 미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악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미국 측의 통보를 받고 곧바로 중요 문서 소각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1일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뜰에서 서류가 소각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휴스턴 경찰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총영사관에서 연기가 관찰됐으며 경찰관들이 영사관 내로 진입하려 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