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이재명, 무공천 주장 안했다?…국민 바보로 아나”

입력 2020-07-22 17:20
최근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치료)를 받은 원희룡 제주지사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제주지사는 22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기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무공천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국민을 바보로 아나. 그럼 우린 환청을 들은 건가”라고 지적했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장사꾼도 신뢰를 위해서는 손실을 감수하는데 공당이 문서로 약속했으면 지켜야 한다더니 이틀 만에 정치적 이익을 위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을 바꿨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지사는 이 지사가 세 가지 잘못을 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첫째 말을 바꿨다. 둘째 중대한 잘못이 있다는 전제로 한 것인데 중대한 잘못이 없다면 책임질 일도 없다고 했다. 셋째 적폐 세력의 귀환을 허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말 바꾼 거야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 중대한 잘못이 없다는 건 명백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서울시장·부산시장 선거를 왜 다시 하나. 적폐세력의 귀환을 허용하면 안 된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입장을 밝힌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원 지사는 “장사꾼의 신뢰 운운하던 사람이 같은 입으로 원칙을 버리고 현실을 택하자는 말을 할 수 있나”라며 “노무현은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 낫다고 했는데 이재명은 원칙 없는 패배의 길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저는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불과 이틀 전 CBS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는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말을 바꾼 것이다. 당내에서 이 지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당규를 통한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약속 파기가 불가피하다면 형식적 원칙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며 “공당의 대국민 약속이자 자기 약속인 무공천을 어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어겨야 한다”고 했다.

앞서 이 지사는 라디오 등에서 “당헌·당규에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다. 그러면 지켜야 한다. 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문으로 물러난 데 이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상황인 만큼,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랬던 이 지사는 이날 “서울시장의 무공천 논의는 당연히 서울시장의 중대한 잘못을 전제하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책임질 이유도 없다”며 “모든 논의는 사실이라면을 전제한다”고 했다. 현재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의 진위 여부가 중요하다는 논리다.

아울러 이 지사는 “(당헌·당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되어 마땅한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무공천으로써 미래통합당 등 야당에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내주는 것보단 당헌·당규를 어기더라도 후보를 내는 것이 낫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