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이 시키고 내가 때렸다, 거부했다면 나도…”

입력 2020-07-22 17:02 수정 2020-07-22 17:25
최숙현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장윤정 선수. 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에서 주요 폭행·폭언 가해자로 지목된 장윤정 선수에 대한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장 선수의 지시를 받아 후배 선수들을 폭행한 한 동료는 국회 청문회에 나와 사실을 인정하고 “후회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선수의 동료이자 소속팀으로부터 같은 폭행 피해를 당했던 A선수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 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입을 열었다.

그는 “2016년 5월 보강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자 숙소에 불려갔다”며 “장 선배가 다른 선배에게 ‘쟤는 맞아야겠다’라고 하자 지시를 받은 남자 선배가 각목으로 엉덩이를 10대 때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장 선수의 지시로 A선수를 때린 B선수 역시 이날 청문회에 출석했다. 그는 “장 선배의 지시로 A선수를 때린 일을 기억한다”며 “만약 장 선배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나도 따돌림을 당하고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로 심적 고통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반성하고 있다. 그런 선배를 믿고 따른 게 부끄럽다”며 “(가해 사실을 부인하는) 장 선수의 태도는 정말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 선수가 세상을 떠난 뒤 장 선수와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을 고소한 또 다른 동료 C선수는 “장 선배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후배를 폭행했다. 후배들은 이유도 모르고 선배에게 ‘죄송하다’고 했다”며 “경주시청은 장 선배 주도로 움직이는 팀이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또 “가해자들은 매일 폭력을 행사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피해자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장 선수는 여전히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5일 경주시체육회에 제출한 자필 진술서에서는 ‘팀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안주현씨를 유일한 가해자로 지목하며 “(김 감독과 내가) 최대 피해자다”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