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회 ‘인종차별 위기감‘… 페이스북 등 방지책 논의

입력 2020-07-22 16:49
독일 뒤셀도르프에 지난 2월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헤이트 스피치를 묘사하는 모형이 설치돼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인종차별 철폐 시위를 비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을 옹호해 비난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이 인종차별 방지 대책을 내놓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각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인종차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의 전담팀은 ‘포용성 제품팀’으로 흑인 사용자, 인종문제 전문가 등과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스타그램에 설치될 ‘평등과 포용팀’은 미국 내 흑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다른 소수 인종의 사용자들이 회사의 알고리즘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검토한다. 또 그 영향이 백인 사용자들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할 예정이다.

비샬 샤 인스타그램 제품 총괄은 “인종 평등을 위한 사회의 움직임은 우리 회사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우리의 시스템과 정책 상의 어떤 편견도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이같은 움직임은 인종 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광고주들이 광고 보이콧 운동을 벌인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월트디즈니, 노스페이스, 유니레버, 버라이즌 등 400여곳의 업체들이 페이스북 광고를 중단하거나 삭감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 사회 전반에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위기감은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WSJ와 NBC뉴스가 지난 9∼12일 유권자 900명을 상대로 인종차별 인식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1%가 “인종 간 관계가 매우 또는 상당히 나쁘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1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60%는 “흑인이 차별받고 있다”고 답했고, 히스패닉이 차별받고 있다는 답변도 과반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의 두 배 수준이다. 또 57%는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전국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간 관계에 대한 대처 방식에 대해선 63%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인종 차별의 정도와 관련한 정당 지지자들의 의견은 다르게 나타났다. 민주당원 90%는 “흑인이 차별받는다”고 답했으나 공화당원은 26%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민주당원 82%는 “미국 사회가 인종차별적”이라고 답했으나 공화당원은 30%만 그렇다고 답했다.

코로나19도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를 심화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아시아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 등 인권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선 코로나19 이후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 사건이 200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