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에서 물통에 독극물을 줘서 마셨어요”

입력 2020-07-23 00:20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여성이 고깃집에서 물이 아닌 양잿물을 마셔 입과 식도 통증을 호소했다. 식당 종업원이 실수로 양잿물이 담긴 물통을 줬는데 여성은 식당 측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며 억울함을 전했다.

지난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깃집에서 물인 줄 알고 독극물(양잿물)을 줘서 마셨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지난 7일 저녁 남자친구, 친동생과 함께 집 앞 고깃집에 외식을 나갔다. 그는 먹는 물이 다 떨어져 종업원에서 물 한 병을 더 달라고 했다. 종업원은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명한 물통을 가져다줬다.

A씨는 컵에 물을 따라 마신 이후 이상 증세를 느꼈다. 그는 “갑자기 입이 타고 벗겨지기 시작했다”며 “입안에 통증이 갑자기 생겨서 이상해서 바로 뱉었다. 그런데 식도로 그 이상한 액체가 넘어갔다. 결국 식도 통증도 심하게 왔다”고 했다. A씨는 말할 수 없는 통증을 호소했다. 목소리가 변해서 안나오기 시작했다.

A씨는 이후 종업원을 불러 ‘이거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종업원은 “착각해서 세제를 준 것 같다”고 답했다. A씨는 “친동생과 남자친구가 병원에 가야 하니까 세제 이름을 알려달라고 묻자 (종업원은)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며 “이내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하수구 뚫는 세제인데 잘못 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 때까지도 세제의 정확한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혹시 몰라서 먹었던 액체를 종이컵에 담아왔는데 종이컵이 녹았다”며 “30분 뒤에 응급실에 가서 진료를 봤다. 후두경 검사를 했더니 식도가 기도를 덮었다더라. 조금 더 부을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상황이었다. 인공 기도 삽관을 해야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 때 고깃집에서 세제 이름이 적힌 사진을 보내줬다. 세제 통에는 ‘석쇠크린’이라고 적혀있었다. A씨는 “의사선생님이 말하시길 예전에 나이드신 분들이 자살할 때 쓰던 양잿물이라더라. 위급한 상황이니 내시경을 바로 하자고 해서 내시경실을 갔다. 내시경으로 위세척을 하면서 소화기관들을 봤는데 입부터 식도까지 다 벗겨지고 피나고 부어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중환자실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말도 못한다”며 “너무 힘들고 서러워서 눈물만 났다. 입을 헹궜는데 전혀 혀 감각이 없었다. 미각도 안느껴져서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고 했다.

그는 “기도 부종은 가라앉아 일반 병실로 이동했지만 금식유지와 미각소실, 위식도 구강통증이 지속됐고 치료를 하니 차츰 나아지긴 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현재 A씨는 다행히 퇴원을 한 상태다. 그는 식당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했다. A씨는 “(식당 측에서) 입원 당일만 전화로 죄송하다고 했다”며 “그 때 말고는 연락 한 통 없었다. 괜찮냐는 말도 없었다. 집 앞에서 장사는 열심히 하고 계시더라. 내가 피해자인데 왜 집 앞을 나가면서 눈치를 보고 있어야 하나, 저 사람들은 왜 발 뻗고 지내는건가 싶었다. 이제 무서워서 다른 곳에서 물도 못 마신다”고 호소했다.

A씨는 “제 억울함을 알아달라”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더라. 다들 조심하라. 액체는 냄새도 안나고 무색무취였다. 점도도 그냥 물이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병원 진단서 사진도 첨부해서 올렸다. 질병명은 ‘(주상병) 부식성 식도염’이었다. 치료 소견서에는 “위 환자는 세제(5% 수산화나트륨)으로 인한 부식성 식도염으로 본과 입원 치료 하였고, 향후 약 4주간의 안정가료가 필요하다”고 적혀있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이들은 “실수할 게 따로있지, 정말 미쳤다”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길래 물병에 양잿물을 담아서 주나요?” “고기집 너무 뻔뻔하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김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