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α’ 폐기 받아내겠다… “한국 정부, 북미 중재 시도 불발”

입력 2020-07-22 16:25 수정 2020-07-22 16:37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회담을 마치고 나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정부가 지난달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를 상대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시도했지만 성사에 실패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서울발 기사에서 한·미·일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중순 미국 워싱턴에서 비건 부장관을 만나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해 달라. 한국은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양국은 비건 부장관이 지난 7~9일 방한 기간 중 북측과 판문점에서 접촉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북미회담 개최 조건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한반도 중재자론’을 실현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한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실무자 협의를 거듭하기보다는 톱다운 방식의 해결을 도모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설득해 영변 핵시설 폐기에 추가 비핵화 조치를 더한 ‘영변+α(알파)’를 받아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α에 해당하는 추가 폐기 대상으로는 평양 인근 강선에 위치한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을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영변+강선’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표하며 3가지 추가 조건을 요구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조 시설로 추정되는 산음동 비밀 미사실 연구시설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리스트 제출’ ‘모든 핵개발 계획의 포괄적 신고와 국제 사찰단 수용’ ‘새로운 핵미사일 시설 건설 중단’ 등이 제시됐다.

한국은 이 같은 미국측 의사를 물밑에서 북한에 전달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북한은 미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한 북미회담은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미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서 올해 11월 미국 대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이날 요미우리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우리 정부는 관련 제안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