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70대 살린 간호사 찾았다…“당연한 일 했을 뿐”

입력 2020-07-22 16:06
의식 잃은 70대에게 심폐소생술 하는 시민. 연합뉴스, 울산 중부소방서 제공

울산 도심 길거리에서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진 70대를 살린 후 홀연히 사라진 간호사를 찾았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근무 중이라는 이 간호사는 울산 본가를 찾았다가 응급상황을 목격하게 됐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저는 간호사”라고 말했다.

울산 중부소방서는 자신의 선행이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알게 된 간호사가 소방서로 감사 편지를 보내왔다고 22일 밝혔다. 주인공은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병동에서 근무하는 백모 간호사다.

백 간호사는 지난 18일 오후 4시28분쯤 울산시 중구 성안동 옥교공영주차장 인근에서 갑자기 쓰러진 70대 남성을 발견해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한 뒤,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구조 활동을 돕는 등 활약했다.

백 간호사는 편지에서 “주말을 맞아 울산 본가로 갔다가 친구들과 거리를 걷던 중 건너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남성을 보고 본능적으로 달려갔다”며 “맥박이 잡히지 않고, 호흡도 비정상적이어서 4∼5분간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환자들이 여러 번 제세동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가족 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항상 아프고 무거웠는데, 쓰러진 남성이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라고 하니 이제야 무거웠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분이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현장에서 119에 신고해 주신 다른 시민과 현장에 빠르게 도착한 119 대원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날의 긴박한 순간을 잊지 않으며, 제가 담당하는 암 환자 한 분, 한 분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 드릴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간호하겠다”고 말했다.

백 간호사는 환자가 이송된 후에도 현장에 남아 구급대가 사용하던 기도삽관 장치, 수액 세트 등 정리를 묵묵히 도운 뒤 조용히 사라졌다. 중부소방서는 백 간호사가 “누구시냐”는 구급대원의 물음에 “간호사”라고 답했을 뿐, 다른 정보를 남기지 않아 감사 인사를 할 수 없었고 이에 언론에 그의 선행을 알리며 찾아 나섰다.

중부소방서는 심장 박동이나 호흡이 멈춘 환자를 심폐소생술, 자동심장충격기 등으로 소생시킨 사람에게 주는 인증서인 하트 세이버(Heart Saver)를 향후 백 간호사에게 줄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