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비극, 한국 엘리트체육이 낳은 필연적 결과”

입력 2020-07-22 16:00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가 진행된 가운데 문화체육계 41개 시민단체가 대한체육회를 향해 “언제까지 보완만 하고 있을 거냐”며 강하게 성토했다. 23세 젊은 선수의 죽음을 일부의 책임으로만 ‘꼬리 자르기’ 하지 말고 한국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철인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 청문회를 두고 대한민국 체육계의 민낯을 뚜렷이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날 청문회는 최 선수 사건의 주요 가해자 3인방인 김규봉 전 경주시청팀 감독, 팀닥터(운동처방사) 안모씨와 주장 선수 장모씨가 빠진 채 진행됐다.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뒤늦게 인정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도환 선수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대위는 논평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도, 국민을 대신해 그 책임을 추궁할 사람들도, 모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되풀이했다”며 “그동안 뭘 했냐는 성토와 나름 할 만큼 했다는 변명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어머니가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출석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서 故 최숙현 선수의 다이어리가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 오길 바란다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통렬히 성찰하겠다고 답했다. 부족한 제도를 보완하고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한다. 언제까지 보완한다는 말만 들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공대위는 담배를 피우다 걸려 야구 방망이로 100대를 맞았다는 한 선수의 예를 들며 체육계 폭력 사태는 사각지대에서 이례적으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일상화되고 구조화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게 사각지대인가. 한국 스포츠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 일상”이라며 “경주시청이 유별나게 반인권적이고 그 팀의 선수들만 유독 악독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엘리트스포츠를 지탱해온 시스템이 배출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2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서 열린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 분야 인권침해에 대한 청문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공대위는 마지막으로 “이제는 그 시스템을 멈춰야 할 때다. 지금은 사각지대를 찾아 보완할 때가 아니라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의 전면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대위는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스포츠인권연구소, 인권과스포츠 등 41개 시민단체가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진상 조사 과정과 결과를 함께 감시하겠다”는 뜻을 모으며 지난 20일 출범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