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의 최근 방한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 중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22일 내놨다. 외교부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요미우리는 한·미·일 협의 소식통의 설명이라며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달 미국 방문 때 비건 부장관에게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한국은 중개자 역할을 적극 담당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측이 비건 부장관의 지난 7일 방한 일정을 고려해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뒀고 한국과 북미 회담 개최 조건을 논의했다”며 “한국은 ‘북한을 설득해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도 비핵화 조치를 추가하는 영변+α(알파)를 끌어내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측이 평양 교외 강선에 있는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의 폐기를 α로 거론했으나 미국은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냈다는 설명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미국 측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조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산음동 비밀 미사일 연구시설의 실태를 알 수 있는 목록을 제출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또 모든 핵 개발 계획의 포괄적 신고와 더불어 미국과 국제사찰단이 완전한 형태로 현지를 방문할 수 있게 하고, 모든 핵 관련 활동 및 새 시설의 건설을 중지할 것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한국 측이 물밑으로 미국의 요구를 북한에 전했으나 북한은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는 한 북미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때문에 결국 비건 부장관 방한 당시 북미 접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해당 기사는 사실무근”이라며 “정부는 관련 제안을 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