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닌 유럽 중부서 유입됐을 가능성 있어
미국·프랑스·러시아 등에서 유사 연구 결과 나와
이탈리아 북부에서 팬데믹 사태 초기에 확산한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직접 전파된 게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의 카를로 페데리코 페르노 교수 연구팀이 최근 공개한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의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org)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롬바르디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의 샘플 346개를 확보해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했다.
롬바르디는 지난 2월 20일 이탈리아 최초로 코로나19 감염이 보고된 지역으로, 이탈리아 전체 확진자의 3분의 1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왔다. 서구에서 가장 먼저 팬데믹이 확산한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이 지역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주는 2개 계통이었는데, 지난 1월 초 중국이 염기서열을 공개했던 바이러스주와는 일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다양한 지역에서 롬바르디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기원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중부 유럽의 바이러스주에서 롬바르디 지역의 바이러스주와 비슷한 변이가 관찰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아닌 중부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됐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탈리아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는 작년 12월 채취한 밀라노와 토리노 등 지역의 폐수에서 코로나19의 유전적 흔적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에서 팬데믹이 본격 확산하기 전인 작년 12월부터 이미 이탈리아 북부에서 감염이 시작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CMP에 따르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와 뉴욕 보건당국 역시 지난 3월 뉴욕에서 유행한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온 게 아님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또 프랑스와 러시아,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자료를 토대로는 코로나19의 기원을 명확히 밝혀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국 유행병 학자는 “유전자를 통한 바이러스 기원 추적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폐수처럼 열악한 환경에 있던 샘플로는 전체 유전자 서열을 밝히기 힘들다. 또 변이를 통해 바이러스의 ‘나이’를 알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