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만 하다 2002년 대선꼴 난다”…통합당 ‘수도이전론’ 분출

입력 2020-07-22 14:50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 강사로 참석해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이 여권발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국면전환용으로 일축한 가운데 이전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내부 목소리가 속속 분출되고 있다. 무조건 반대만 하다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 이전 공약에 충청 표심을 뺏긴 2002년 대선 때처럼 손해를 볼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2일 통합당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강연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을 돌리기 위한 카드라는 당의 부정적 반응을 두고도 “우리의 첫 반응이 정말 중요하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그게 다가 되면 안 될 거 같다”고 했다.

당내 최다선 의원 중 한 명인 정진석 의원도 헌법 개정을 전제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공론하는 데 찬성했다. 정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국회에서 개헌을 포함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찬성한다”며 “국회의사당 이전은 헌법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22일 인천 공촌정수사업소를 방문하며 발열 체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독립전쟁 10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로만 일관하지 말고, 지역균형 발전 논의로 확대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더 나아갔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이 행정수도 완성론을 왜 반대로 일관하고 일축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민주당의 국면전환용이라는 이유로 일축하고 있다면 결국 손해 보는 쪽은 우리일 것”이라며 “행정수도 완성론을 넘어 지역균형발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강한 목소리를 내며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완강한 반대에 가깝지만, 충청 민심을 고려해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신행정수도 특별법’은 200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사안”이라며 “청와대 광화문 이전 약속도 못 지키면서 웬 수도 이전이냐. 문 정권 특기인 ‘아니면 말고’식 여론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반면 충북 충주가 지역구인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라며 청와대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전날 “이제 와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순 없지 않은가”라고 언급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위헌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한 주호영 원내대표와는 결이 다른 의견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현장 점검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을 피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