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여권발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국면전환용으로 일축한 가운데 이전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내부 목소리가 속속 분출되고 있다. 무조건 반대만 하다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도 이전 공약에 충청 표심을 뺏긴 2002년 대선 때처럼 손해를 볼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이슈를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2일 통합당 초선 공부모임 ‘명불허전’ 강연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을 돌리기 위한 카드라는 당의 부정적 반응을 두고도 “우리의 첫 반응이 정말 중요하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그게 다가 되면 안 될 거 같다”고 했다.
당내 최다선 의원 중 한 명인 정진석 의원도 헌법 개정을 전제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공론하는 데 찬성했다. 정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국회에서 개헌을 포함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찬성한다”며 “국회의사당 이전은 헌법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장제원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로만 일관하지 말고, 지역균형 발전 논의로 확대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더 나아갔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이 행정수도 완성론을 왜 반대로 일관하고 일축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민주당의 국면전환용이라는 이유로 일축하고 있다면 결국 손해 보는 쪽은 우리일 것”이라며 “행정수도 완성론을 넘어 지역균형발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강한 목소리를 내며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완강한 반대에 가깝지만, 충청 민심을 고려해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신행정수도 특별법’은 2004년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은 사안”이라며 “청와대 광화문 이전 약속도 못 지키면서 웬 수도 이전이냐. 문 정권 특기인 ‘아니면 말고’식 여론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충북 충주가 지역구인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라며 청와대의 공식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전날 “이제 와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순 없지 않은가”라고 언급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위헌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한 주호영 원내대표와는 결이 다른 의견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현장 점검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을 피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