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년 4월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재정리해 밝혔다. 마치 자신이 ‘더불어민주당은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처럼 알려졌는데,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 지사는 22일 페이스북에 ‘서울·부산시장 공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 “민주당의 공천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과 제 입장에 대한 오보들이 있습니다”며 “서울시장 유고를 계기로 ‘중대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민주당 당규를 이유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컸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주권자의 권한위임을 기초로 하는 대의민주제 민주공화국에서 권력을 위임받는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신뢰라고 생각하며, 길지 않은 정치 인생에서 언제나 신뢰를 지키려 노력했다”며 “국가행정이나 중앙정치 역시 다를 바가 없다. 국민에게 한 약속, 더구나 집권여당이 당규로 명시해 한 약속은 당연히 지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고 현실이다. 저 역시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지만 현실 속 정치인”이라며 “당규를 통한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약속 파기가 불가피하다면 형식적 원칙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고 썼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석고대죄 수준의 대국민 사과와 당규개정(당원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시장의 무공천 논의는 당연히 서울시장의 ‘중대한 잘못’을 전제하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책임질 이유도 없다”며 “모든 논의는 ‘사실이라면’을 전제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지사는 “저는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한 의견을 가지는 것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은 다르다”며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민주당의 책임 있는 당원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의견이 있지만 이를 주장하고 관철하려고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은 당원의견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고 저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 투표에 참여할 뿐”이라고 했다.
또 앞서 자신이 처음 의견을 내놓은 라디오 인터뷰를 언급하며 “공인으로서 생방송에서 예정되지 않은 ‘내심의 의견’을 질문받았을 때 취할 태도는 답변회피, 거짓말, 사실대로 답변 이렇게 세 가지”라며 “거짓말은 할 수 없었다. 답변회피는 정치기술로 매우 중요하지만 이 역시 대국민 기망일 수 있다고 생각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대로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 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며 “어떤 국민도 민주당의 약속위반을 질책할 수 있지만 대국민 거짓말과 약속위반을 밥 먹듯이 하던 분들의 비난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헌·당규에)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규정으로 써놨지 않느냐. 그럼 지켜야 한다”며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켜 공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원이나 지지자분들이 들으면 무책임한 소리 아니냐 하실 것”이라며 “당연히 엄청난 손실이고 감내하기 어려운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공당이 문서 규정으로까지 국민에게 약속했으면 지키는 게 맞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