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양도차익에도 20% 과세 시작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 8000만원으로 상향 조정
ISA 세제 지원도 강화
정부가 내년부터 상위 0.05%의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2%에서 45%로 높인다. 2023년부터 부과되는 주식 등 금융투자 소득에 대한 과세 기준 선도 5000만원으로 높인다. 최근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와 맞물려 정부가 전체적으로 ‘부자 증세’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기조를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는 2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중소기업, 저소득층이 특히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회적 연대와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자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초(超)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게 1조8760억원의 세금을 더 걷고, 같은 기간 동안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1조7688억원 줄이겠다고 밝혔다.
세재 개편에 따라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구간은 상위 0.05~2.50%다. 정부는 우선 소득세 최고세율 상향 조정을 위해 10억원 초과 과표 구간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5억원 초과 소득에 대해 최고 42%의 세율이 적용됐지만, 내년부터는 5~10억원 구간은 42%, 1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45%의 세율이 적용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고세율인 45%를 적용받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0.05% 수준인 1만1000명 수준이다. 홍 부총리는 “실제 우리와 비슷한 ‘3050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국가)’ 7개국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소득세 최고세율을 45% 부과하고 있으며, 일부 유럽 국가는 50% 이상을 적용하기도 한다”며 “상당히 제한적인 최고위층에만 최고세율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소득세 최고세율을 45%로 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부는 1994년 기존 50%였던 최고세율을 45%로 하향 조정했고, 1996년에는 40%로 더 낮췄었다. 26년 만에 ‘45% 소득세 최고세율’이 부활한 것이다.
정부는 고소득자 뿐 아니라 다주택자 등 고액자산가의 세 부담도 높였다. 최근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등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세부담을 대폭 확대했다. 현재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자는 51만1000으로 전체 인구의 1.0%다. 2주택 이상 보유로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사람은 약 0.4%정도로 추정된다.
정부는 아울러 내년 10월부터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를 통해 얻은 소득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기로 했다. 가상자산 거래를 통한 소득은 지금까지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 내년 10월 이후 가상자산 거래릍 통해 얻은 양도차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매년 5월)에 별도로 신고해야 한다. 세율은 주식 양도차익과 마찬가지로 20%가 적용된다.
지난달 발표했던 금융세제 개편안도 일부 수정됐다.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세제 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개편이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주식 양도세의 기본공제 한도를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렸다. 직·간접 투자 간 중립성을 높이기 위해 공모주식형 펀드에 대해서도 5000만원 공제를 똑같이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과세 대상도 당초 추산했던 상위 5.0%에서 절반 수준인 2.5%(약 15만명)로 축소된다. 개인 투자자 부담은 줄고 금융투자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세금 부담을 지게 된 셈이다.
정부는 이렇게 걷은 세금을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장부 기록 등이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의 납세 편의를 돕기 위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현행 연 매출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높였다. 간이과세자 중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는 기준금액도 연 매출 30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인상했다. 부가세 간이과세 기준을 높인 건 2000년 7월 이후 20년 만이다. 홍 부총리는 “소규모 자영업자 57만명의 세부담이 연간 4800억원 경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초과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항구적으로 바꾸는 등 세제 지원을 강화했다. 현재 ISA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2000만원 초과분은 9%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ISA를 통한 주식투자도 허용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에 대한 한도도 2022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된다. 우선 내년 연말정산에 한해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의 경우 300만에서 330만원으로, 연소득 7000만~1억2000만원의 경우 250만에서 280만원으로, 연소득 1억2000만원 초과의 경우 200만원에서 230만원으로 각각 공제한도가 높아진다. 고령자에 대한 고용증대세제 세액공제 우대 조치도 시행된다. 기업에서 60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대기업은 인당 400만원, 중소기업은 최대 1200만원의 세제 혜택을 받는다. 고령자 고용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