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 이런 밥 너무하지 않나요?” 제주 어린이집 급식 논란

입력 2020-07-22 13:58 수정 2020-07-22 16:56
제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점심으로 제공한 국물밥. 제주평등보육노조 제공



제주지역 일부 어린이집의 급식이 극히 부실하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영양 불균형을 넘어 1년 내내 반찬없이 국물에 밥을 말아 주는 곳이 있을 정도지만 행정 점검이 있는 날에는 ‘특별한 밥’을 주거나 실제 제공된 음식과 다른 급식 서류를 준비하기 때문에 부실 식사 문제가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주장이다.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2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급식의 양과 질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폭로했다.

해당 노조가 언론에 제공한 사진을 보면 모 어린이집은 지난 17일 점심으로 아이들에게 ‘국물밥’을 제공했다. 국그릇당 한 개 정도가 간신히 보이는 콩나물이 이날의 점심 메뉴가 콩나물 국임을 짐작케했다.

또 다른 곳은 밥과 두부 한 조각이 들어간 국, 작은 당근 여섯조각, 부서진 생선살을 제공했다. 반찬의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식재료를 소량 제공했다.

다른 반찬 없이 손톱만한 미역 조각이 대여섯개가 떠 있는 미역국을 아이들에게 식사라며 준 어린이집도 있었다.

노조는 지난달 경기도 안산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를 계기로 전국 각 지자체가 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 급식소에 대해 위생 점검을 나섰지만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실제 제공한 급식과 다른 내용의 급식 서류를 부랴부랴 제공하고 불량 위생상태를 덮기 위해 대대적인 청소에 들어가는 등 보여주기식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장 보육교사들은 이 같은 내부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행정의 이번 위생 점검 전수조사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고 전했다.

회견에서는 오전에 먹인 죽을 오후 간식으로 다시 제공하고 외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등 관련 지침을 어기거나, 학부모들에게 제공한 식단표와 다른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인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모두 현장 보육교사들의 경험에서 나온 증언이었다.

특히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30개월 미만 아이들이 부실 급식의 대상이 된다고 전했다.

노조는 실제 이 같은 현장의 문제가 행정의 일시적인 점검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 어린이집 부실·불량 급식 신고센터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보육교사들로부터 직접 제보를 받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그동안 도 보건당국에 부실·불량 급식과 관련한 대책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현장 노동자로부터 직접 부실·불량 급식 사례를 신고받아 재차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하고 보건당국에 신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488개의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3일부터 31일까지 어린이집 급식 시설을 타 과와 합동으로 점검하고 있다.

윤호봉 보육정책팀장은 “현재 원에 대한 점검은 사전에 기간을 통지해 이뤄지고 있다”며 “관련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