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토 전 대사는 22일 일본의 우익 성향 온라인 주간지 ‘다이아몬드 온라인’에 실린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전 주한대사가 지금도 마음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주한대사를 역임한 사람이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비판적인 제목의 책을 낸 것을 두고 악랄하다는 꾸중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한국 비방이 아니라 문재인씨가 대통령이 되면서 한국 사람들이 불행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썼다.
2010년 8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17대 주한일본대사를 지낸 무토 전 대사는 2017년 6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를 펴내고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했다. 그는 책에서 한국은 대학입학과 취업난, 노후 불안, 높은 자살률 등을 겪고 있으며 북핵 위협에도 친북 반일 대통령을 선출했다고 비판했다.
무토 전 대사는 한국이 안보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을 추종하면서 한국은 언제든 붕괴될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내에서 화합하기보다는 갈등을 부추겨 좌파정권을 유지하고 보수세력을 몰아내려고 한다”면서 왜 한국인들이 불행해졌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예를 들었다.
실업률을 도마에 올렸다. 무토 전 대사는 “문 대통령은 16대 국회 개원식에서 경제 회복세라고 주장했지만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7%로 통계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면서 “청년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의 중추를 지탱하는 40대의 고용상황 또한 최저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취업률은 양호하다고 얘기하지만 노인 단기 아르바이트를 늘렸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뉴딜정책도 평가절하했다. “한국 경제는 뉴딜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규제개혁과 노동정책 전환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취업과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꿈, 인간관계 등을 포기한 7포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도 문제 삼았다. 서울 서초구 반포의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는 평당 1억208만원이고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강이 보이는 아파트는 평당 1억750만원인데, 2018년 기준 1인당 소득은 미국이 6만2152달러, 한국이 3만2774달러로 미국이 한국의 2배 가까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평균가격은 9억2000만원으로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3억원 이상 올랐다는 점을 지적했다. 무토 전 대사는 “서울에서 평균 가격대의 집을 사려면 한국에서 24년을 일해야 한다”면서 “서울 젊은이들은 평생 집을 살 수 없다고 절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돗물 애벌레 사태도 거론했다. 그는 “수돗물에서 살아있는 애벌레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인천시를 비롯해 서울, 경기, 부산, 청주 등에서 총 734건이나 접수됐다”면서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사회운동가 출신이 문재인 정권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권비판이 자유롭지 않다는 비난도 내놨다. 무토 전 대사는 △탈북자 단체 설립 허가 취소 △대통령 풍자 대자보 대학생 유죄판결 △대통령 측근 수사 검찰 간부 인사 제외 등과 △윤미향 두둔 △박원순 성희롱 침묵 등을 대비시키고 ‘내로남불’식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고 평가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은 서울현충원에 안장하지 않으면서 성희롱 가해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등 문재인 정권은 상식을 벗어났다”면서 “한국은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나라다. 난 ‘반문(反文)’이다. 한국에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무토 전 대사의 ‘반문’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9년 9월 요미우리TV 한 프로그램에 나와 일본에게 사상 최악의 한국대통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2위 이승만, 3위 노무현, 4위 김영삼, 5위 노태우 대통령이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에서는 ‘유력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씨를 만나 한일 양국의 민간 경제협력을 양국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문씨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가 북한 외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