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피소사실 유출 의혹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공개됐다. 피해자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하루 전 검찰에도 고소장 접수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참여를 요청한 진상규명조사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2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하는 2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3일 첫 기자회견 이후 9일 만이다. 이들은 첫 기자회견 이후 제기됐던 피소사실 유출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고소장 접수 전 상황과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임‧방조 의혹에 대해서 설명했다.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지난 8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날인 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 접수와 접수 직후 조사를 문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일 고소장 작성을 완료한 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유현정)에 전화를 걸어 면담요청을 했지만 ‘고소장 접수되기 전 면담은 어렵다’는 입장을 들었다”면서 “검찰 관계자가 피고소인이 누군지 물어 대답한 뒤 다음 날 오후 3시 면담 약속을 잡았지만 다시 그날 저녁 ‘일정이 있어 면담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 변호사는 8일 오후 2시쯤 A씨를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검찰 대신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기로 한 뒤 2시28분쯤 경찰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를 받은 경찰 관계자가 ‘여성 아동 지적장애인과 고위공직자 사건은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해 그 자리에서 서울경찰청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 단체들은 지난 15일 서울시가 제시했던 피해자 지원단체의 진상규명조사단 참여 여부에 대한 제의를 거부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서울시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는 없다”면서 “피해자가 4년 넘게 성고충을 토로하며 서울시 관계자 20여명에게 인사 요청을 했지만 오히려 서울시 관계자들은 위력에 의한 성추행을 묵인하고 방조했다. 외부 인사가 조사단에 참여하더라도 서울시가 조사단을 관리하는 구조라면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시 대신 사안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박 전 시장의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 결정 등으로 수사가 언제 중단될지 모른다”면서 “인권위가 참여해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에 대한 구체적인 진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다음 주 중으로 인권위에 진정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