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울산대 법학과 교수
영국은 ‘공공질서법’(1986년), ‘인종·종교혐오금지법’(2006년)을 비롯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할 수 있는 ‘평등법’(2010년)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민권법’(1964년)과 ‘평등접근법’(1984년)을 포함하여 ‘캘리포니아 젠더차별금지법’ 등 차별금지법을 입법한 주들이 있다.
한국도 최근 ‘장혜영 의원 대표발의 차별금지법안’(이하 정의당 안)이 발의된 이후, 기독교계를 비롯하여 시민사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게 가열되고 있다. 이에 필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정의당 안’에 대한 분석과 검증을 하고자 한다.
1. 설교와 전도가 금지되는가?
정의당 안에는 교회에서 행해지는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전반)에 관한 부정적 설교나 거리 전도가 차별금지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의당 안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한 조항은 제55조와 제56조에 해당하는 피해자의 차별 구제 시도 등에 대한 ‘불이익조치’에 관한 것뿐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LGBTQ에 관해 부정적 설교를 하면 “처벌한다거나 감옥에 보낸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LGBTQ 비판 설교(이슬람 또는 이단 종파 비판포함)를 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전파하거나 기독교계 방송국 등이 그 내용을 방송할 경우, ‘성별 등’에 대한 차별을 이유로 이를 제재할 수 있다.
설교나 전도의 내용을 현장에서 직접 문제 삼아 ‘성별 등’의 차별 사유를 이유로 제재할 수는 없으나, 많은 교회가 자체 방송시설을 갖추고 설교를 방송하므로 간접적으로 설교 금지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LGBTQ에 관한 비판적 신문기사와 광고도 제재 대상이다. 게다가 ‘징벌적 손해배상’ 등의 차별시정을 위한 제재는 형벌은 아니지만, 형벌에 준하는 강제력을 갖기 때문에, 이 제도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에서는 시행과정에서 ‘자유권’ 침해와 위축 현상 등의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
다시 말해, 폭넓게 기독교인의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위축되거나 침해될 수 있다. 비단, 기독교인만이 아니라 한때 논란이 되었던 유튜브 방송에 대한 법적 규제 등을 통한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위축 현상이 정의당 안의 입법과 시행으로 현실이 될 수 있다. 표현의 자유 위축은 자유민주주의의 퇴보로 이어진다.
2.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한 방어권 부재
기독교 거리 전도자 오버드와 스톡웰이 영국에서 공공질서법 위반으로 기소된 바 있다. 이들은 거리 전도에서 ‘이슬람 혐오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이 법은 인종 종교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혐오’를 선동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법은 문제가 된 발언이나 행위가 종교적 내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어권’ 규정도 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차별금지법을 제정한 26개 주 중, 21개 주에서 ‘종교 면제조항’(religious exemption)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주법의 강제를 시민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이처럼 영국과 미국의 차별금지법이 예외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관한 방어권조차 정의당 안에는 없으므로, 특히 기독교인에 대한 자유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기독교인에 대한 역차별과 박해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영국보다 정의당 안은 더 치명적인 자유권 침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평등법 시안에는 구체적으로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조항이 있어서 설교와 전도에 대한 직접적인 금지가 가능하므로, 이 시안처럼 혐오표현 규제 조항을 명시한 차별금지법안이 입법·시행된다면,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의 위축 현상이 더 강화될 수 있다.
3. 동성혼 주례거부 목사의 처벌과 반동성애 교육하는 부모로부터 양육권 박탈이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다. 미국 아이다호의 목사 부부 사례도 영리 목적의 결혼 전문 ‘예배당’의 운영에 있어서, 신앙을 이유로 예식을 원하는 동성 커플의 요청을 거절한 경우, 이 시설이 종교시설인가 아니면 결혼식장과 같은 공공시설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목사 부부의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정의당 안에는 동성혼 주례를 거부한 목사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이 법안으로 반동성애 교육을 가정에서 실시하는 부모로부터 양육권을 박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인용되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아동, 청년 및 가정보호법’(Bill 89)도 크리스천 가정의 양육권 박탈을 목적으로 하는 법은 아니다.
정의당 안과 관련 없는 사실과 다른 충격적인 사례들을 입법 반대의 사유로 제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4. 종교, 사상, 양심, 학문의 자유 침해
필자가 볼 때 ‘정의당 안’의 가장 큰 문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내용과 학생징계, 그리고 교원채용과 해고 등에 있어서 광범위하게 ‘성별 등’(주로 LGBTQ 문제가 쟁점)에 관한 차별시정조치 등으로 인해 사실상 대학의 자치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교육내용에 관한 간섭과 규제로 학문의 자유도 침해될 수 있다.
또한, 개신교, 가톨릭, 불교 등 종교계가 설립한 사랍학교,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등에서 ‘세례’나 ‘수계’ 등을 요건으로 한 채용이 불가능해지고 ‘이단 신앙’이나 ‘LGBTQ 관련’ 징계나 해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마디로 종교의 자유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와 위축 현상이 예견된다.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안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영국과 미국의 차별금지법보다도, 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자유민주주의 발전의 저해요소가 될 수 있으며, 기독교는 물론이고 불교 등 전반적으로 종교적 신념을 지키며 살고자 하는 시민들의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