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설 때 갑자기 ‘핑~’하고 도는 듯한 현기증과 어지러움을 겪는 기립성 저혈압이 고령일수록 즉시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60대 이상은 기립후 1분 안에 저혈압 및 실신 발생 위험이 10배 높았다. 실신 시 낙상이나 골절이 우려돼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병원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응급의료센터 장경민, 박미리 간호사(교신저자 순환기내과 김학령 교수) 연구팀은 연령대별 기립성 저혈압 발생 특징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고혈압 저널(Journal of Hypertension)’ 최근호에 발표했다.
기립성 저혈압은 몸을 갑자기 일으킬 때 순간적인 현기증과 어지러움이 나타나는 일련의 증상을 말한다. 고혈압약 같은 약물, 당뇨병과 류머티즘성 질환 같은 만성질환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심할 경우 실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2014년 1월~2018년 12월 보라매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검사받은 기립성 저혈압 환자 879명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환자가 몸을 눕힌 상태에서 기립 시 5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 20㎜Hg, 이완기 혈압 10㎜Hg 이상 떨어지는 경우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증상 발생 시점은 기립 후 1, 3, 5분으로 나눠 측정했다.
연구결과 혈압 감소 증상이 1분 이내에 발생한 비율이 전체 77.8%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65.7세로, 증상이 3~5분 이내에 발생한 대조군의 평균 연령(45세)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고혈압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 유병률 또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연령과 성별 등 혼란변수를 조정한 다변량 분석결과에서 연령이 60대 이상일 경우 혈압이 기립 후 1분 내에 빠르게 떨어질 위험은 정상인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두 번째로 높은 연관성이 확인된 뇌졸중보다도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기립 즉시 갑자기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장경민 간호사는 22일 “60대 이상 고령 환자는 기립성 저혈압 검사 시, 기립 후 1분 이내에 혈압이 빠르게 떨어질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의료진은 이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학령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은 갑작스레 찾아와 실신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때 고령자는 실신으로 인한 낙상이나 각종 골절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평소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있는 노년층은 서둘러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