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행위를 한 당사자로 꼽히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열린 4차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최 선수의 불행을 가족과의 불화 탓으로 돌리며 혐의를 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공정위 회의록에는 경주시청팀의 김규봉 감독, 장윤정 선수, 김도환 선수가 본인들에게 제기된 최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 의혹 대부분을 부인한 내용이 담겨 있다.
협회 관계자는 당초 ‘한 명당 30분 정도의 소명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으나 김 감독 한사람에게만 2시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이들은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김 감독은 폭언·폭행부터 이른바 ‘식(食)고문’까지 제기된 혐의 전반을 부정했다. 폭언에 대해서는 “제가 말하는 톤과 제스처가 강해 충분히 그렇게 느꼈을 수는 있다”면서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입장 차이가 있지 않나. ‘야, 정신 못 차리고 왜’ 같은 발언도 폭언인가”라고 언급했다.
폭행에 대해서는 “6~7년 전 여자 선수들이 주장한 폭언은 인정하지만 (최 선수 동료들의 증언처럼) 한 달에 10일 동안 폭행을 했다는 것은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이 ‘가슴을 가격당했다’ ‘노래방에서 맞아 코피가 났다’고 진술한 데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했다.
최숙현 선수가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강제로 먹는 ‘식고문’을 당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체중과 식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여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그와 같은 행위를 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을 부모와의 불화로 돌렸다. 김 감독은 “부모님이 (최 선수에게) 강압적으로 운동을 시켰으며, 운동을 하기 싫어하면 언어적으로 학대했다. 최 선수가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문제 발생 원인을 묻는 질문에도 김 감독은 “최 선수의 부모가 저에게 섭섭함, 시기와 질투가 있었다. 우리 애가 항상 장윤정보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답했다. 그는 ‘최 선수가 부산으로 팀을 이적하게 된 과정도 오해에서 비롯한 아버님의 원한이 쌓여서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아버님이 (최 선수를) 버렸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2017년 최 선수의 숙소 이탈 사태도 최 선수 아버지의 폭언 때문”이라고 했다. 운동을 하기 싫다는 최 선수에게 아버지가 “내 친구들한테 네 잘난 모습을 자랑해야 한다. 왜관에 오지 말라”며 운동을 계속할 것을 강권했다는 것이다.
장 선수도 같은 해명을 내놨다. 그는 “뉴질랜드를 갔다 온 4~5월 최 선수가 무단이탈을 했다”며 “부모님이 ‘(무단이탈은) 여기 팀 때문’이라고 하면, 최 선수는 ‘아니다 정말 부모님 때문’이라고 반박했다”고 주장했다.
최 선수와 부모 간의 불화는 중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장 선수는 “최 선수가 석정중학교에 다닐 때 수영을 하다가 많이 맞았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니 오히려 아버지는 그 선생님과 술을 먹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 선수의 부친인 최영희씨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불화가 있을 이유도 없고, 그 사람의 말만 믿고 숙현이를 설득해 보내 준 게 후회스럽다”며 “(김 감독 등의 발언은) 물타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매체를 통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말 김 감독에게 ‘장윤정이나 김도환과 계약해 운동을 시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들이 전지훈련에 복귀하며 악몽이 시작됐다”며 “당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본질을 흐리는 그런 이야기는 수사기관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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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