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검언유착’ 오보 파문…KBS 직원들 “양승동 사장 책임져라”

입력 2020-07-22 09:33 수정 2020-07-22 13:44
KBS 양승동 사장이 6일 오후 독도 해역 소방헬기 추락사고의 실종자 가족을 만나기 위해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서소방서를 방문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한 채 쫓겨나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오보를 인정한 KBS를 두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은 기사를 내보낸 KBS가 수신료를 올릴 자격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 직원들조차 양승동 사장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KBS는 지난 19일 한동훈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이동재(35·구속)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정황이 확인됐다는 전날 자사 보도에 대해 사과했다.

KBS는 18일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게 주요 취지였다. KBS는 이 전 기자가 지난 2월 13일 동료 기자들과 함께 한 검사장을 부산고검에서 만나 나눈 대화 녹취록 내용을 취재했다고 부연했다.

KBS는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KBS는 보도 후 앵커 클로징 멘트를 통해 “언론의 자유를 특권으로 오해한 적은 없는지, 언론 소비자들은 언론인들에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19일 이 전 기자 측이 대화 녹취록 중 신라젠 관련 부분을 모두 공개하면서 KBS 보도는 사실상 오보로 드러났다. 이 전 기자 측은 “녹취록에는 총선, 검찰총장, 야당 등은 물론 힘이 실린다, 돕겠다, 독려한다 등 비슷한 대화조차 없다”고 했다.

KBS는 보도 하루 만인 19일 사실상 오보를 인정했다. KBS는 “KBS 취재진은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앵커 멘트를 통해서도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진실보도를 추구하고 있다”며 “정파적 이해관계에 좌우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거나, ​인과관계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취재진의 공통된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와 언론계에선 KBS 기사를 두고 “한 검사장이나 이 전 기자 측의 해명을 듣지도 않은 설익은 기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19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자사의 오보에 대한 사과 대신 법조 기자단의 폐해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KBS 직원 87명은 22일 성명을 내고 “양승동 사장은 검언유착 오보방송을 국민들께 사과하고 책임자를 즉각 직무정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KBS 뉴스가 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에 나선 현 정권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며 “즉각 이번 오보방송의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라”고 했다.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서명 전문]

양승동 사장은 검언유착 오보방송 국민들께 사과하고 책임자를 즉각 직무 정지하라

KBS 보도본부 역사상 유례없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KBS뉴스9 는 지난 7월 18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동재 前 기자와의 검언유착 녹취록 내용을 보도한 바가 있다. 그런데 KBS뉴스9는 이 보도가 사실은 정확한 취재와 검증을 거친 팩트가 아님을 방송 그 다음날 바로 셀프 시인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KBS 뉴스가 정권에 미운 털이 박힌 윤석열 검찰총장 죽이기에 나선 현 정권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방송한 지 하루만에 KBS 보도본부가 스스로 백기를 들고 KBS뉴스9를 통해 사과 방송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결과 KBS는 여론의 매서운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은 KBS 보도는 창작과 허구 라는 입장을 밝히며 KBS 기자들의 소설을 쓰는 듯한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오보와 관련해 KBS 기자들을 형사 고소했다.

진중권 교수는 구라친 KBS...이 놈의 정권은 날조공작 없이는 유지 안 되나라며 KBS를 거짓말하는 집단, 날조공작 하는 데 공조하는 세력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이번 오보사건에 분노한 네티즌들도 비판성 댓글로 KBS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KBS는 없어져야할 방송국 시청료 인상 턱도 없다. 아주 소설을 써서 보도를...악질 정권의 나팔수 KBS 문 닫아라! 국민의 수신료 받아 정권의 개가 된 공영방송도 이제 사장이 책임지고 관련자 색출해 관련자 벌을 받게 하고 사장도 그만 내려와야...공영방송이라면서 국민들로부터 매달 시청료는 받아들이면서 허위편파 방송을 하면서 고소를 당하고 헛튼 짓 하는데 국민들이 더 이상 KBS에 시청료를 낼 필요가 없다 (주요 인터넷 댓글)

네티즌들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가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하고 편파방송에 올인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을 보인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을 문책하지 않으면 수신료를 더 이상 낼 수 없다며 KBS 수신료 징수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 KBS 오보방송을 접하며 극렬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데 정작 KBS 경영진의 반응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그제 양승동 사장이 주재한 KBS 임원회의와 엄경철 국장이 주재한 KBS 보도국 취재제작회의의 주요 발언 등을 보면 KBS 수뇌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얼마나 안이한 자세로 국민들의 여론을 뭉개고자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 양승동 사장 발언개요 (KBS임원회의 7월20일)

<경위 파악하고 사후대책 포함해 함께 보고할 것. 수신료 국면 앞두고 실수나 임직원 언행에 유의할 것>

❍ 김종명 보도본부장 (KBS임원회의 7월20일)

<주말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거 같음. 개선책 마련하겠음. 단정적 표현방식에 대한 사과였음>

❍ 엄경철 통합뉴스룸 국장 (KBS보도국 취재제작회의 7월20일)

<좀 더 세밀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사과 방송까지 하게 됐다. 책임감 느낀다. 개선안 마련하겠다. 사회부장이랑 논의해 개선방안 찾고 있다. 추후에 다시 말하겠다>

양승동 사장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하나마나한 소리를 한다. 더구나 김종명 보도본부장과 엄경철 국장은 본인들의 직을 걸고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진 않는다. 뻔하지 않은가? 정확한 진상 규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래선 안 된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사고를 쳤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조직에겐 미래가 없다. 희망과 비전이 생길 수 없다.


책임져라. 우리는 요구한다.

1. 양승동 사장은 공영방송의 신뢰를 파탄시킨데 대해 국민들에게 공개 사과하고 책임져라.
2. 양승동 사장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합당한 후속조치를 위한 노사합동조사위원회 구성에 응하라.
3. 양승동 사장은 김종명 보도본부장과 엄경철 국장, 이영섭 사회주간, 정홍규 사회부장 등을 직무 정지시켜라. 또 보도본부 내부적으로 보도 경위에 대한 명확한 조사를 지시하라.
4. KBS기자협회는 즉각 이번 오보방송의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라.

검언유착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87명 일동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