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선 전에 해외주둔 미군 빼고 싶어한다”

입력 2020-07-22 07:21 수정 2020-07-22 10:36
WP 보도…트럼프, ‘아프간 미군 철수’ 질문
국방부 제동 걸자…“시리아는 감축 가능?” 물어
트럼프 “독일·한국 ‘미국 세금’으로 보호 받아” 주장
트럼프, 취임 초부터 한국·일본에 방위비 인상 압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현지시간) 뉴욕주에 위치한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 참석해 임관하는 졸업 생도 대표가 거수경례를 하자 거수경례로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1월 3일 실시될 미국 대선 이전에 해외 주둔 미군을 빼 미국으로 데려오는 것을 결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철수 여부를 국방부 최고위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고 WP는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은 반대 이유를 설명하며 제동을 걸었다.

WP는 주한미군 감축설이 터져 나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러나 WP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철수 여부만 꼭 집어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미 국방부 최고위 관계자들과 아프니가스탄에 주둔한 미군 병력 규모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전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대규모 감축을 열망했다고 WP가 미국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국방부 최고위 관계자들은 현재 8600명 규모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는 미국·탈레반 합의안에 제시된 요건들을 충족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추가 감축을 하기 위해선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력 사태가 줄어들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협상에 진전이 있어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전제조건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런 이유를 들어 아프가니스탄 미군 감축에 반대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선을 시리아로 돌려 800명 규모의 시리아 주둔 미군의 감축은 가능한지 물었다고 WP는 전했다. 돌아온 대답은 역시 부정적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시리아 주둔 미군이 여전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시리아 지역으로 팽창하려는 러시아·이란·터키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지 여부를 떠나 11월 미국 대선을 넘어 올해 말까지 시리아에서 미군이 주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둔한 미군.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20만명 가까이 되던 해외 미군 병력의 상당 규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WP는 해외 주둔 미군 병력 20만명은 수십 년 동안 가장 적은 규모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쳐왔다고 WP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아프간과 같은 나라에서는 미군 병력이 단순히 ‘경찰’ 역할만 하고 있으며, 독일·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있으면서도 미국 납세자의 돈으로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주둔 미군 감축 시도가 사실상 매번 좌초됐으며 전체 해외 주둔 병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퇴임 이후와 비교할 때 오히려 약간 늘어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미군 지도자들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특정 미군 병력을 철수하지 못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거나 일 처리를 지연시키는 전술을 구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95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도 역풍을 맞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민주당과 힘을 모아 트럼프 대통령의 독일 주둔 미군 철수를 어렵게 하는 ‘2021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상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는 올해 연말 이전에 독일에서 상당한 규모의 미군 병력 철수가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 외교관들은 드물다는 것이다. 또 유럽 내에서 독일을 떠난 미군들을 수용할 만한 사회기반시설이 갖춘 곳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토의 정책입안자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주독 미군 감축은 테이블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조차 지난달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을 당시 우려와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주독 미군 감축 계획이 완료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나토 인사들에게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미군 2만 8500명이 주둔한 한국과 미군 5만 5000명이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방위비 인상 압력을 가해왔다고 WP는 지적했다.

WP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5배나 인상된 방위비를 요구하면서 “우리가 (한국으로부터) 50억 달러(약 6조원)을 받지 못할 경우 그곳(한국)에서 미군을 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WP는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백악관에 제시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일본도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압박에 직면하고 있으며, 일본은 한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최소한 미국 선거 때까지 미·일 방위비 협상이 지연되길 바라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