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대화 무단인용’ 김봉곤 젊은작가상 취소… 책 환불

입력 2020-07-22 05:07
김봉곤 작가. 문학동네 제공

도서출판 문학동네와 창비는 지인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 내용을 소설에 인용해 논란을 일으킨 김봉곤의 모든 소설 작품을 회수하고 이미 구매한 독자에게는 환불해준다고 21일 밝혔다.

환불 대상 도서는 단편 ‘그런 생활’이 실린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과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단편 ‘여름, 스피드’가 실린 소설집 ‘여름 스피드’(이상 문학동네)이다.

문학동네는 이날 발표한 ‘후속 조치’에서 “판매 중단한 ‘여름, 스피드’와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대해 서점에 남아 있는 재고를 전량 회수하겠다. ‘여름, 스피드’를 구매하신 독자분들께는 환불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그런 생활’을 삭제하고 그 경위를 담은 개정판을 수상 작가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재출간하겠다. 지금까지 출간된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9쇄 9만부 전량은 개정판으로 교환 혹은 환불해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문학동네는 또 김봉곤이 밝힌 제11회 젊은작가상 반납 의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창비도 소설집 ‘시절과 기분’ 미수정본뿐 아니라 논란이 된 대목을 이미 수정한 판본까지도 모두 회수하고 환불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김봉곤은 이날 오전 공식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와 독자, 출판사와 동료 작가들에게 사과하고 젊은작가상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김봉곤은 “그간의 모든 일에 대해 사죄드린다”면서 “제 소설로 인해 고통받은 ‘다이섹슈얼’님과 ‘0’님께 사죄드린다. 독자 여러분, 출판 관계자분, 동료 작가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김봉곤은 ‘여름, 스피드’에 등장하는 ‘영우’라고 밝힌 남성을 거론하며 “ ‘0’님의 문제 제기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의 삶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타인을 들여놓은 제 글쓰기의 문제점을 ‘다이섹슈얼’님과 ‘0’님의 말씀을 통해 뒤늦게 깨닫고 이를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김봉곤은 또 단편 ‘그런 생활’로 받은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도 반납하겠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이 문제를 직시하며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0일 자신이 ‘그런 생활’에 등장하는 ‘C 누나’라고 밝힌 여성이 자신이 김봉곤에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소설에 그대로 인용됐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지난 17일엔 자신이 ‘여름, 스피드’에 등장하는 ‘영우’라고 밝힌 한 남성도 과거 김봉곤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 동의 없이 소설 도입부에 인용됐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동성애자임을 밝힌 김봉곤은 2016년 등단 이후 동성애를 주제로 한 자전적 소설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