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안냈다고 구속?” 15살 美흑인소녀 ‘과잉처벌’ 논란

입력 2020-07-22 00:28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가정법원 앞에서 시위자들이 '그레이스를 풀어줘라'는 문구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흑인 여학생이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달째 소년원에 구금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한 흑인 여학생이 숙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5월부터 소년원에 구속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레이스(15)는 어머니를 폭행하고 물건을 훔친 혐의로 지난해 4월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보호관찰 요건 중 하나가 학교의 온라인 숙제를 모두 제출하는 것이었는데, 그레이스는 이를 어겨 지난 5월 14일 구금된 후 현재까지 갇혀있다.

당시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가정법원의 메리 브레넌 판사는 “숙제를 다 내지 않고 등교를 위해 제때 못 일어난 점이 유죄”라며 그레이스는 기존에 제기된 혐의 때문에 지역사회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판결했다.

브레넌 판사는 이날 구금이 그레이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그의 석방을 불허한 뒤 “그는 숙제를 안 내서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위협이 됐기 때문에 구금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스는 법정에서 “어머니가 보고 싶다”며 “나는 말을 잘 듣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브레넌 판사는 그에게 “오늘 석방을 허락하는 건 너에게 폐를 끼치는 실수라는 생각에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BBC는 전했다.

이어 그는 “비판에 대한 공포나 대중의 요구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레이스의 사연이 지난 14일 인터넷 매체 프로퍼블리카 보도로 처음 알려지자 현지에선 법원 판결에 대한 항의가 빗발쳤다.

최근 그레이스의 학교 앞에선 주민 수백명이 모여 그레이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참여자들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그레이스를 석방하라’는 푯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한 시위 참여자는 지역방송 WDV에 “그레이스가 15세 백인 소녀였다면 지금 소년원에 구금돼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스의 석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도 수천 명이 서명한 상태다.

양재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