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인명구조견 ‘비전’이 21일 15년의 생을 마감했다.
비전은 노령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담당주치의 용인 펫티앙 김희천 원장의 치료를 받아오다 이날 오후 눈을 감았다.
비전은 2005년 12월 1일생으로 당시 삼성생명 구조견센터에서 태어났다.
이후 구조견으로 양성돼 경북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에 소속돼 2008년부터 각종 재난 현장에 121회 출동해 13명의 인명을 구조했다.
2009년, 2014년, 2015년 모두 세 번에 걸쳐 전국 최우수 구조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 은퇴 당시, 국립축산과학원은 우수혈통 양성 및 보존을 위해 비전의 체세포를 채취해 우수 유전자를 구조견 양성에 활용하기도 했다.
비전을 어릴 때부터 양성해 소방으로 인계해 줬던 비영리단체 ‘아워비전’ 권영율 대표가 은퇴한 비전을 직접 입양해 노후를 책임져왔다. 권 대표를 통해 전문적으로 관리를 받아온 비전은 큰 병 없이 천천히 노화했다.
구조견의 경우, 현역시절 무리한 근육사용으로 인해 은퇴 후 다리근육이 급격히 퇴화하는 경우가 많다. 비전은 꾸준한 운동과 식이조절을 통해 함께 은퇴한 동기 구조견들 중 가장 장수한 경우다.
보호자 권 대표는 현 특수견들의 복지와 은퇴 후 전문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비전의 이름을 따 2019년 ‘아워비전’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했다.
그는 “10여년 전 삼성 구조견센터에서 일할 때부터 특수견들의 활동이 매우 힘들었고 그들의 노고에 비해 노후가 매우 열악함을 느꼈다. 나중에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비전이를 입양했던 것은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변화되지 않은 은퇴특수견들의 복지를 직접 개선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국내 유일의 특수견 복지단체 ‘아워비전’을 통해 활동 중이다.
저먼 셰퍼드인 비전과 같이 구조견의 경우, 큰 몸집 탓에 산책 시 사람들이 놀라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권 대표는 “은퇴한 구조견에게 119가 새겨진 조끼만 입혀도 사람들의 시선은 180도 달라진다. 아워비전의 대표로서 특수견들의 복지를 위해 이들에 대한 인식개선부터 실행하고자 한다”며 “아워비전의 최종 목표는 은퇴한 국가소속 특수견들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는 보금자리센터를 건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전의 장례는 이날 오후 경남 양산의 반려견 장례식장 ‘펫 노블레스’에서 진행돼 추모비와 함께 안장됐다.
펫 노블레스는 아워비전과 업무협약을 맺어 소방견, 군견, 경찰견, 폭발물탐지견, 마약탐지견, 검역탐지견 등 국가를 위해 특수임무를 맡거나 사회에 공헌한 견들의 수목장과 추모비를 세우고 있다.
아워비전은 더 많은 은퇴특수견들이 편히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펫 노블레스와 함께 노후의 마지막 과정인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