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정기조사 날림이었나… 교육부, 운동부만 별도 전수조사

입력 2020-07-21 18:07

교육부가 철인3종경기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학생선수 폭력피해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의 폭로로 촉발된 체육계 ‘미투’ 파문 이후 1년 만에 또 다시 뽑아든 학생선수 전수조사 카드다. 학생 선수를 포함해 모든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으며, 폭력 사건이 공분을 일으킬 때마다 ‘여론 무마용’ 전수조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1일 ‘학생선수의 꿈을 끝까지 지킵니다’란 제목으로 5만9252명의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한 폭력피해 전수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최근 철인3종 선수에 대한 지도자 등의 폭력이 발생함에 따라 학생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조사는 다음 달 14일까지 4주 동안 진행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방문 조사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병행키로 했다.

방문 조사의 경우 학교 담당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해 직접 설문을 실시하고 설문지를 수거할 예정이다. 온라인 조사는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설문조사 도구를 활용해 학교폭력전담교사 등이 주관하며 컴퓨터실이나 개인 휴대전화 등을 활용한다. 다음 달 초부터는 학생 선수 폭력 피해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 신고 확대를 유도키로 했다. 교육부는 “이번에는 단순 실태 파악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학생선수 대상 폭력의 실체를 파악하고 필요시 엄정한 후속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심 선수 사건 때도 전수조사가 있었다.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1~12일과 9월 1~30일 학생선수 5만755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성폭력 피해 2212명(3.8%), 신체폭력 8440명(14.7%), 언어폭력이 9035명(15.7%) 등 학교 체육에 만연한 폭력의 실체가 드러났다. 당시에도 폭력 근절을 내세웠지만 유야무야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는 단순 실태조사에 그쳤고 가해자 후속조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익명으로 조사해 어느 지역에서 어느 학교가 연루됐는지 알 수도 없었다”며 “이번에는 피해 학생의 소속 학교가 드러나도록 조사를 설계해 후속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법’에 따라 매년 4월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벌인다. 초등 4학년부터 고3까지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다. 지난해 조사에선 372만명(참여율 90.7%)이 참여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구체적인 피해 신고를 한 건수(목격 포함)는 4280건에 그쳤다. 지난해 교육부와 국가인권위가 공동으로 벌인 학생선수 전수조사 이후 피해 상담을 요청한 인원만 7333명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선 학생 선수 문제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실태조사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