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도피’ 이혁진의 수상한 제보…수사 물타기냐, 부실수사냐

입력 2020-07-21 17:59 수정 2020-07-21 18:50

검찰 수사를 받다가 돌연 해외로 출국해 잠적한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대표가 자신이 설립했던 옵티머스의 불법투자 의혹을 직접 제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 시점은 2018년 3월 이 전 대표가 해외로 잠적할 즈음이었다. 야권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을 향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제보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의 제보 내용은 2017년 6월 옵티머스 투자제안서와 달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투자금이 건설사 인수 자금 등으로 쓰였다는 것이었다. 당시 제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 접수됐다. 전파진흥원은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과기부는 제보 접수 이후 전파진흥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적법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가 나온 뒤 전파진흥원은 2018년 10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 의뢰 내용은 전파진흥원의 투자금이 성지건설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불법으로 쓰였다는 제보와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결국 이 전 대표가 자신이 앞서 설립했던 회사의 불법투자 의혹을 규명해 달라는 제보를 한 셈이다.

앞서 전파진흥원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3월까지 6차례에 걸쳐 방송통신발전기금 및 정보통신진흥기금 67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옵티머스는 당초 전파진흥원에 제안했던 것과 달리 전파진흥원 내부 지침에 부적격 회사로 분류돼 있던 건설사에 투자했다.


이 전 대표 제보는 검찰 수사로 이어졌지만 그의 제보에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11월부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과기부에 제보할 즈음인 2018년 3월 돌연 출국했다. 출국한 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일정을 따라다녔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제보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당시 옵티머스는 김재현 대표 체제였다. 이후 이 전 대표는 같은 해 5월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야당은 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전파진흥원의 수사 의뢰를 통해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0월 박준탁 전 MGB파트너스 대표 등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전파진흥원의 수백억원대 기금이 불법 투자에 쓰인 배경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통합당 사모펀드 비리특위 위원인 유의동 의원은 “불과 한 달 전 수면 위로 드러난 옵티머스 사태가 2년 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수사의뢰서에 고스란히 예견돼 있는데, 검찰이 이 전 대표나 옵티머스에 대한 수사는 쏙 빼고 MGB파트너스와 성지건설에 대한 수사만 한 것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검찰이 여권 핵심 관계자와 얽혀 있는 옵티머스 관련 의혹만 일부러 외면한 것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는 5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통합당은 대형 경제범죄와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반부패부에 이 사건을 배당하지 않고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조사1부에서 수사 중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언론에 “난 해외 도피한 게 아니다. 문 대통령과 함께 간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나야 강탈당한 옵티머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해 (대통령 순방 일정을) 쫓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재희 김이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