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화재 생존자 “‘꽝’ 소리 후 검은 연기…벽 더듬으며 탈출”

입력 2020-07-21 17:59
21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의 SLC 물류센터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갑자기 ‘꽝’ 하는 소리가 나더니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퍼져 앞이 안 보였어요.”

21일 오전 경기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탈출한 작업자 A씨(38)가 이날 연합뉴스에 한 말이다. 상기된 표정의 그는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고 한다. 화재 당시 지하 4층에서 작업 중이었다는 A씨는 “갑자기 폭발음이 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가 사방으로 치솟았다”면서 “앞이 안 보여 벽을 더듬으며 겨우 탈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 B씨(35)도 화재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탈출한 덕에 목숨을 구했다. 그는 “작업 중에 차량 경적이 계속 들려 무슨 일인가 봤더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그나마 빨리 화재 사실을 알게 돼 생존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화재는 오전 8시29분쯤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소재 지상 4층, 지하 5층 규모 SLC 물류센터에서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10분 만에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오전 9시10분 대응 2단계로 화재대응 단계를 격상했다. 이후 소방대원 190여명, 장비 76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오전 10시30분쯤 큰 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명검색 작업 중 지하 4층에 고립됐던 근로자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당시 물류센터의 근무자는 총 69명으로, 대부분 오뚜기물류서비스 등의 저온창고가 위치한 지하 4층에서 일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업자 중 8명은 부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지하 4층에서 불길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작업자들은 화물차를 이용해 냉동 제품들을 옮겨 싣는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 관계자는 “불길이 대부분 잡혔지만, 아직 내부에 연기가 차 있어 정확한 화재 경위 조사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관련 기관들과 합동 감식을 해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