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스뉴스의 간판 아나운서였던 에드 헨리가 여성 조연출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폭스뉴스 공동설립자인 로저 에일스 전 회장의 상습 성희롱 행태를 다룬 영화 ‘밤쉘’(bombshell)과 비슷한 이야기가 현실에서 또 재현된 것이다.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헨리는 전 폭스뉴스 조연출 제니퍼 에카르트와 폭스뉴스 프로그램에 ‘뉴스분석가’로 자주 출연한 캐시 아레우 등 2명에게 고소당했다.
에카르트는 뉴욕남부 연방 지방법원에 접수한 고소장을 통해 2015년 9월 회사 사무실에서 헨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2017년 뉴욕의 한 호텔에서는 수갑이 묶인 채 성폭행 당하고 나체사진까지 찍혔다고도 폭로했다.
아레우는 헨리가 올해 상반기 성적인 문자메시지와 사진, 영상 등을 보내고 경력 면에서 도움을 받으려면 자신과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암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아레우는 헨리뿐만 아니라 폭스뉴스 간판앵커인 터커 칼슨의 성관계 제안을 거절한 뒤 프로그램 출연 기회가 줄어드는 등 다른 앵커나 방송인들로부터도 피해를 봤다고도 밝혔다.
이에 폭스뉴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외부로펌이 독립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 아레우가 제기한 의혹은 전부 거짓으로 판단된다. 어떠한 이득도 없는, 명백히 어리석은 의혹 제기”라고 전면 반박했다. 다만 매체는 다른 고소인인 에카르트의 주장에는 일절 반박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달 25일 에카르트의 문제 제기를 인지하자마자 신속히 조처했다”며 “헨리는 이제 폭스뉴스 소속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폭스뉴스는 지난 1일 “과거 일터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믿을만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헨리를 해고했다.
당장 헨리 측 변호인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사회의 부정의 때문에 피해를 본 많은 사람에게 빛을 가져다줬지만, 헨리의 사례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헨리와) 에카르트의 관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합의된 관계였음이 증거로 증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폭스뉴스에서는 에일스 전 회장에 대한 폭로를 시작으로 성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에일스 전 회장은 2016년 여성앵커를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사실이 밝혀져 직에서 물러났고, 이듬해에는 간판 앵커였던 빌 오라일리(67)가 성희롱 추문 끝에 퇴출당했다.
특히 에일스 전 회장의 성희롱 사건을 다룬 영화 ‘밤쉘’은 최근 개봉해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