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반발에 첫 발도 못 떼는 자원공기업 구조조정

입력 2020-07-21 17:38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해외자원개발 혁신 2차 태스크포스(TF·이하 2차 TF)’를 출범시켰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활동했던 해외자원개발 혁신 1차 TF 활동의 후속 성격이다. 그러나 1차 혁신 TF가 권고했던 자원개발 공기업 부채조정을 위한 통폐합 안이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라 2차 TF가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차 TF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TF 운영 방향 등을 논의했다. 1차 TF 당시 위원장을 맡았던 박중구 서울과기대 교수가 2차 TF도 이끌기로 했다. 회의에서는 광물자원공사, 대한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3개 공사별 구조조정 추진 현황 등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는 1차 TF 권고에 따른 공기업 구조조정이 아직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공기업의 재무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2017년 719%였던 석유공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에는 3021%까지 치솟았다. 광물공사의 부채 규모 역시 2016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주요 자원 공기업의 부채 현황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이처럼 자원개발 관련 공기업 부채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해외자원개발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지하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해외자원 개발을 통해 국가 차원의 에너지와 광물자원 확보에 나서보겠다는 취지로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 주도로 추진돼왔다. 이명박(MB)정부 때에도 정부는 공기업들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멕시코 볼레오 사업(광물자원공사) 등의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광물공사와 석유공사, 가스공사 3개사는 자원개발에 2003년부터 2016년까지 43조8000억원을 투자했지만, 13조7000억원의 손실만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5월 2029년까지 자원개발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자원개발 사업 자체가 관련 공기업의 부채 조정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차 TF는 2018년 공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 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의 통폐합을 정부에 권고했다. 광산과 석탄 사업을 주로 취급해온 광해공단은 강원도 폐광지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강원랜드 주식 등 여러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광해공단과 광물공사를 통폐합해 ‘한국광업공단’으로 출범하는 내용의 한국광업공단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태백·삼척·영월·정선 등 폐광지역 지자체들이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이 지역구 의원들도 법안 처리에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민주당 이장섭 의원이 같은 법을 재발의 해둔 상태이지만, 이 역시 처리가 불투명하다. 지난 10일 강원도는 도 차원에서 이 법안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산업부에 제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안 처리는 전적으로 국회 논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2차 TF는 그 외에 자원개발사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