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불기 시작하잖아” 부산 대화 두고 검찰-이동재 신경전

입력 2020-07-21 17:18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핵심 증거로 꼽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 전문이 공개된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동재(35·구속) 전 채널A 기자 측이 21일 ‘검·언 유착’ 의혹 주요 증거인 부산고검 대화 전문을 공개했다. 피의자 측의 이례적 증거 공개에 서울중앙지검은 주요 부분 중 일부 누락된 게 있다고 받아쳤다. 이씨 측은 “의미 있는 대화면 구속영장에 왜 안 담았냐”며 재차 반박했다.

녹취록에는 이씨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재를 언급하자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도 먼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씨 측은 취재원과 기자의 일상적 대화일 뿐 공모 증거로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녹취록에는 이씨가 ‘후배에게 유 이사장 취재를 시키고 있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아파트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새로 등장한다. 한 검사장은 “그건 해볼 만하다. 유시민도 먼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답했다. 당시 유 이사장이 VIK에서 강연료를 받은 의혹을 염두에 둔 대화다. 이어 이씨가 “이 전 대표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답한다. 이씨가 대화를 이어가려 하자 한 검사장은 대화를 마무리했다.

앞서 KBS는 녹취록에 ‘유 이사장을 수사해도 부담이 크지 않다’는 내용이 있고 보도 시점 얘기도 오갔다고 보도했지만 해당 내용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MBC도 전날 녹취록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대화 맥락을 보면 의혹이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이씨 측이 ‘왜곡 보도’라며 전문을 공개한 것이다.

이씨 측 변호인은 “MBC 보도가 구속영장 범죄사실의 표현 및 구도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도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씨 측이 공개한 구속영장에는 한 검사장이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고 답한 것, 이씨가 채널A 법조팀 대화방에 유 이사장 관련 내용을 공유한 것, 이씨가 대검 대변인을 만났다는 것 등 MBC 보도와 유사한 내용이 담겨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녹취록에 대해 “전문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취재 계획에 동조하는 취지의 언급이 일부 누락되는 등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의도적으로 누락한 부분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부산고검 녹취록 뿐만 아니라 여러 증거들을 종합해 공모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녹취록에는 한 검사장이 법무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당초 전문을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로 풀이된다. 한 검사장은 당시 부산고검으로 좌천된 상태였다.

한 검사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과 관련해 “무조건 권력 수사를 막겠다는 일념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장관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공개를 금지한 것과 관련해서는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질(포토샵을 이용해 그림을 수정하는 것)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언급하며 “(검찰이) 의견을 가지고 오면 퉁기고 퉁기고 했지 이렇게까지는 안 했다”고 말했다.

전체 20여분 대화 중 신라젠 관련 대화는 4분의 1 정도다. 이씨 측은 유 이사장의 범죄 정보를 얻기 위해 불법을 공모하는 내용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오는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증거자료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