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성장해 축구의 본고장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활약했던 기성용(31)이 친정팀 FC 서울로 돌아왔다.
FC 서울 구단은 전날 메디컬테스트에 이어 21일 기성용과 2023년까지 3년 6개월 계약을 체결했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K리그 여름이적시장 선수등록 기간이 22일까지라 기성용은 다음날 등록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성용의 K리그 귀환은 2009년 12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SPL) 셀틱으로 이적한 지 약 11년 만이다.
기성용은 현재 울산 현대 소속인 이청용과 함께 K리그가 배출한 대표적인 해외파 선수다. 광양제철중과 광주 금호고를 졸업해 서울 구단에 2006년 입단, 2009년 시즌까지 활약했다. 당시 동료 이청용과 함께 ‘쌍용’으로 불리며 K리그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꼽혔다. 세뇰 귀네슈 감독이 이끌던 서울은 둘과 현재도 서울에서 뛰는 박주영, 김진규 현 서울 코치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중흥기를 보내며 인기몰이를 했다.
2009년부터 명문 셀틱에서 뛰며 리그와 스코티시컵을 우승한 기성용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감독이던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의 부름을 받는다. 올림픽에서 영국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동메달을 획득, 병역을 면제받았고 이를 발판으로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EPL의 스완지 시티로 이적했다. 이곳에서 리그컵을 우승한 뒤에도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을 오가며 EPL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기성용이 조만간 서울에 입단할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지난 1월 뉴캐슬과 계약을 상호 해지한 뒤 기성용은 친정 서울로 귀환을 타진했으나 이 과정에서 구단의 협상 태도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셀틱 이적 당시 걸려있던 위약금을 구실로 서울이 터무니없이 낮은 연봉을 제시했을뿐더러 국내 타 구단으로의 이적에까지 비협조적으로 일관하며 선수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구단이 이를 반박하자 기성용은 직접 개인 인스타그램에 영문으로 “거짓말로 날 상처입히면 나도 너희를 진실로써 상처입힐 것”이라며 반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에이전트를 통해서도 “올해에 국내에 복귀하는 건 ‘매우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결국 기성용은 스페인 라리가의 RCD마요르카에 입단, 지난달까지 단기계약을 맺으며 K리그 복귀가 영영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매우 특별한 변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스페인 라리가 개막이 지연돼 경기를 뛸 수 없었던 기성용은 마요르카와의 계약이 끝난 뒤 귀국해 다시 서울과 협상에 임했다. 올해 초 협상 뒤 여론의 역풍을 맞은 데다 당장 리그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진 서울 구단도 단장이 직접 협상할 만큼 열의를 보였다. 이번에야말로 서로가 상대를 원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기성용은 구단을 통해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서울은 축구 인생에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만들어준 가장 소중하고 사랑하는 팀”이라면서 “기다려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1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잘 성장해서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