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을 이유로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은 앞서 자국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에서도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퇴출시키기로 하는 등 대중국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이 화웨이를 배제할 경우 노키아와 에릭슨 등 유럽 업체를 상대로 보복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조약을 “즉각, 무기한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라브 장관은 “홍콩보안법 시행은 중국이 국제사회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범죄인 인도가 홍콩보안법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조약을 다시 유효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보안법이 어떻게 집행될지에 대해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면서 “영국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국에 앞서 호주와 캐나다 등이 이달 초 홍콩과의 범죄인 인도 조약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라브 장관은 또 1989년부터 중국에 적용하고 있는 무기 금수조치를 홍콩으로 확대해 향후 화기 등의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탄압에 관련된 중국 측 기관과 개인에게 이른바 ‘마그니츠키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는 러시아 권력층의 부패를 폭로했다가 의문사한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사건을 계기로 국제사회가 인권 유린국에 내리는 자산 동결, 비자 발급 제한 등의 조치를 의미한다. 미국은 2012년 ‘마그니츠키 인권책임법’을 도입했다.
라브 장관은 전날 BBC 방송 인터뷰에서 위구르족 탄압과 관련해 “영국은 그런 행동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제재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영국이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영국이 잘못된 길을 계속 걷지 말 것을 촉구한다. 중국은 내정간섭에 대해 반드시 단호한 반격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대변인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순전한 날조이자 비방”이라고 반박했고, 신장 지역 강제 불임수술 의혹에 대해서도 “완전한 헛소리”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유럽에서 확산 조짐을 보이는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 배제 움직임과 관련해 유럽 업체들을 상대로 보복 조치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상무부가 유럽의 통신장비 업체인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국에서 만든 제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을 5G 구축에서 배제할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노키아와 에릭슨에 대한 수출규제 카드는 만약 EU 국가들이 미국과 영국의 뒤를 따라 화웨이 배제를 결정할 경우 강력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노키아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에 공장 1곳과 1만6000명의 인력을 두고 있고, 에릭슨은 중국 내 제조시설 1곳과 다수의 연구개발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노키아는 이미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 가능성을 포착하고 공급망 재점검을 의뢰하고 제조시설을 옮기기 위한 비상대응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