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환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띄우기’를 목적으로 백신 개발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이목이 쏠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북한 내각 산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웹사이트 ‘미래’에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후보 왁찐(백신)을 연구 개발’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백신 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해당 글에는 북한에서 현재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CNN은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해 ‘매우 미심쩍다(dubious)’고 평가했다. 방송은 “코로나19는 1450만명의 확진자와 6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만큼 그에 대항할 백신 역시 세계가 역사적으로 맞이한 가장 어려운 과학적 과제”라며 “각국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백신 개발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실하기로 유명한 북한의 의료체계와 의약품의 대외의존도를 고려했을 때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개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CNN은 북한이 백신을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공표한 것은 ‘김정은 신격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주민을 보호하고자 힘을 쏟는 자애로운 지도자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과학 기술의 발전을 프로파간다의 수단으로 삼아왔다. 김씨 왕조의 영도와 주체사상 아래 북한이 세계적인 ‘과학 강국’으로 발돋움했다는 식의 논리다.
특히 CNN은 북한의 국영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이 연일 과학 관련 기사들을 적지 않게 송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주에는 북한 과학자들이 신종 감자나 채소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지난달에는 연어 양식과 대동강 맥주 공장의 기술력 향상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을 대내 선전용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정권의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백신 개발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대부분의 북한 의료기관은 안정적인 전기·수도 공급망과 의약품 재고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팬데믹이 발생하면 의료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정확한 코로나19 감염자 현황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북한 정부는 지금까지 총 2만5551명을 방역 차원에서 격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에드윈 살바도르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소장은 이날 미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9일까지 북한 내 1117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