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조금 황당한 느낌이 든다. 이제 와서 공소사실에 포함된다고 하시면 납득하기 어렵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의 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공판에서 특검 측에 댓글순위 조작 공소사실을 전수조사해 이른바 ‘댓글 역(逆)작업’ 부분을 분류하라고 소송 지휘했다. 댓글 역작업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이 2017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댓글순위를 조작한 부분을 말한다.
김 지사 측은 댓글순위 조작 공소사실 중 역작업 비율을 30% 이상으로 추산한다. 김 지사 측에 오히려 불리한 댓글순위 조작 작업이 이처럼 많았다는 것은 민주당의 대선 승리를 목표로 했다는 특검 공소사실의 대전제와 충돌한다는 게 김 지사 측의 입장이다.
특검은 댓글 역작업이 전체 댓글순위 조작 공소사실의 극히 일부이고, 있더라도 김씨 일당이 댓글순위 조작 작업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실수를 한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댓글 역작업도 김 지사의 댓글조작 혐의에 포함되므로 별도 확인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함 부장판사는 특검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댓글 역작업을 조사하는 것은 지난 2월 재판부가 바뀌기 전 재판장이었던 차문호 부장판사가 이미 특검과 김 지사 측에 요청했던 사안이라는 이유다. 함 부장판사는 “이전 재판부의 석명준비명령이 있었던 게 2월 중순”이라며 “분명히 그 전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다가 이제 와서 그러시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차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1일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댓글 역작업은 당시 차 부장판사가 추가심리가 필요하다며 밝힌 변론재개 사유 중 하나였다. 그는 “댓글순위 조작을 김 지사가 공모했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후보에 우호적인 댓글에 비공감을 클릭하거나 비판적인 댓글에 공감을 클릭한 부분 등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뉠 수 있다”며 특검과 김 지사 측에 댓글 역작업 부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었다. 김 지사와 김씨가 댓글 역작업도 공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법조계에서는 차 부장판사와 함 부장판사가 댓글 역작업 부분을 신경 쓴 것은 대법원에서 심리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파기되는 사태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댓글 역작업 조사는 차문호 부장판사의 선고연기 판단에 영향을 미친 중요 쟁점 중 하나였다”고 했다. 차 부장판사는 김 지사 공판에서 “사실관계가 명확히 정리돼야 피고인에게 억울함이 없다”고 했고, 함 부장판사도 “대법원이 심리가 안 됐다고 하면 저희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3일 변론종결을 목표로 한다. 특검은 그전까지 공소사실에 포함된 118만개의 댓글 중 역작업 부분에 대한 조사를 마쳐야 한다. 특검 관계자는 21일 “언제쯤 끝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알 수 없다. 특검 전 직원이 작업해서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함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공판에서 “9월 3일이 마지막 기일이 될지 저도 장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