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유지할 이유가 없다”…저금리·언택트 여파에 문닫는 은행 점포

입력 2020-07-21 15:19

“지금 은행은 영업점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어요.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는 어쩔 수 없이 문 닫아야 합니다”

21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영업점 감축 추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은행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저금리 기조로 타격을 입은 만큼 비용절감을 하려면 점포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단기간에 급격하게 점포수를 줄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4대 시중은행은 점포 126곳을 폐쇄했다. 반기 만에 지난해(88곳)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수는 6652개로 2012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은행들이 점포 감축에 나서는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대출이 늘어 신용위험은 커지고, 저금리로 인해 예금은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3분기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45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4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정기 예금 잔액은 지난달에만 10조원 가량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문 고객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은행 영업점부터 폐쇄해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며 “서로 가까운 곳에 있는 점포끼리 적극적으로 통폐합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이같은 문제를 언급하면서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은행의 점포망 축소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으나,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점포 폐쇄가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소비자, 특히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금융 당국부터 핀테크나 언택트 등 디지털 사업을 앞장 서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점포 폐쇄 방침을 재검토하는 건 무리”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