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의 한 대형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이 곳에서 일하던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중상자 1명 등 8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인근 이천의 한 신축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숨지는 대형참사가 발생 한지 석달도 안돼 또 다시 벌어진 물류창고 화재 참사다.
2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8시29분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SLC 물류센터 지하 4층에서 시작됐다.
현장에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이던 중 지하층에 고립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소방당국은 오전 9시9분 대응 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오전 10시 30분쯤 소방당국은 큰 불길을 잡았고 1차 인명수색에 나서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4층에서 5명의 사망자를 발견했다.
해당 층에서는 냉동식품을 화물차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갑자기 화물차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번져나가면서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다.
지하 4층에 있다가 변을 당한 사망자들은 갑작스러운 폭발로 불길이 일어나면서 미처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당시 지하 4층에서 작업 중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A씨(38)는 “갑자기 어디선가 폭발음이 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연기가 사방으로 치솟았다”며 “앞이 보이지 않아 벽을 더듬으면서 겨우 탈출했다”고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 모습으로 말했다.
또 다른 생존자 B씨(35)는 “작업 중에 차량 경적이 계속 들려 무슨 일인가 봤더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며 “그나마 빨리 화재 사실을 알게 돼 생존한 것 같다”고 했다.
불길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된 좌·우측 진출입로 부근은 검은 연기로 인해 지상 4층 높이의 건물 꼭대기 부근까지 검게 그을렸고, 불이 시작된 지하 쪽과 이어진 외부 환풍구는 솟구친 열기로 덮개 부분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화재가 발생한 물류센터 외벽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 주변으로 새까맣게 그을린 흔적이 선명하다.
인명구조에 나선 소방대원들은 건물을 뒤덮은 검은 연기로 인명 구조 작업에 상당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아래층인 지하 5층은 기계실로 당시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상 2~4층은 사무실이 빈 상태여서 이들 층에서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용인동부서장을 팀장으로 용인동부 형사 29명, 피해자 보호팀 10명, 지방청 광수대 안전반 5명, 지방청 과수대 18명 등 전담수사팀 총 62명을 꾸렸다.
전담수사팀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감식은 물론 화재원인 및 책임소재 등을 규명할 예정이다.
이날 “안전대응이 최우선”이라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8명의 노동자들이 희생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이후 석 달도 채 되지 않았다”면서 “어떤 이유이든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자 안전 문제는 그 원인과 책임을 끝까지 따져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대한의 행정력을 투입해 신속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용인=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