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무단 도용 논란 김봉곤 젊은작가상 반납

입력 2020-07-21 13:00 수정 2020-07-21 13:00
김봉곤 소설집 여름, 스피드 표지

지인과의 사적인 대화 등을 소설에 무단 인용해 논란을 빚은 소설가 김봉곤(35)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김 작가는 2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과문에서 “그간의 모든 일에 대해 사죄드립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과문에서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라며 “‘다이섹슈얼’님과 ‘0’님의 말씀을 통해 뒤늦게 깨닫고 이를 깊이 반성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이섹슈얼과 0는 소설에 자신의 사생활과 SNS 대화가 무단 인용됐다며 문제를 제기한 김 작가 지인의 SNS 아이디다.

김봉곤은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그런 생활’, ‘여름, 스피드’에 지인과의 대화 등을 당사자 동의 없이 그대로 인용하는 등 사생활을 노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먼저 A씨(다이섹슈얼)는 지난 10일 SNS를 통해 그런 생활에 C누나로 등장하는 인물이 본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그런 생활에 실린 C누나의 말은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단 할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봉곤 작가가 제 말을 띄어쓰기 하나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껴 쓴 것, 우리가 했던 많은 대화 중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고대로 쓴 것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라고 썼다.
김봉곤 소설집 시절과 기분 표지

이어 지난 17일에는 B씨(0)가 김봉곤의 첫 번째 소설집 여름, 스피드에 수록된 표제작에 자신과의 SNS 메시지를 그대로 옮겼다며 추가로 폭로했다. 동성애자로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온 김봉곤의 소설에 사생활이 노출되면서 ‘아웃팅(성적지향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드러나는 것)’을 당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봉곤의 소설을 출판한 문학동네와 창비는 해당 소설이 실린 책의 재고를 전량 회수하고 이미 구매한 독자들에게는 환불 및 교환해주기로 결정했다. 그런 생활이 실린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해당 작품을 삭제한 후 수상 작가들의 동의를 얻어 재출간한다.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9쇄 9만부를 구입한 독자에 대해선 개정판으로의 교환 또는 환불해주기로 했다. 여름, 스피드 구입 독자들도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창비 역시 그런 생활이 실린 소설집 ‘시절과 기분’에 대해 같은 조치를 내렸다.

이 밖에 문학동네는 김봉곤의 젊은작가상 반납 의사를 심사위원들에게 전달했고 심사위원들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제기된 비판에 귀를 기울여 젊은작가상 운영에 대해 다시 점검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두 출판사는 논란이 된 소설이 실린 책 판매를 중단했다. 애초 문학동네는 A씨의 문제제기 후 그런 생활이 실린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기판매분에 대해 내용을 수정한 수정본으로 교환해주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B씨의 문제제기가 있은 후에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과 여름, 스피드 모두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창비 역시 그런 생활이 실린 시절과 기분에 대해 교환 방침을 정했다가 이후 판매를 중단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