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의 부산고검 대화 전문을 21일 공개했다. 한 검사장은 이씨가 “유시민 이사장을 취재하고 있다”고 하자 “그건 해 볼 만하다. 유시민도 먼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대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 측은 유 이사장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의 회사에서 두 차례 강연을 하고 강연료를 받은 의혹, 신라젠에서 축사를 한 의혹이 제기된 것을 염두에 둔 대화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화의 전문을 보면 주로 법무부의 정책과 부산에서의 근황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눴을 뿐이고 둘의 공모 증거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씨 측의 주장이다.
한 검사장은 또 대화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진했던 정책들을 겨냥해 “권력 수사를 막겠다는 일념밖에 없다” “국민 알권리에 포샵질을 한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이렇게까지는 안 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녹취록 전문을 보면 이씨는 지난 2월 13일 한 검사장을 만나 법무부의 정책과 관련한 대화를 먼저 시작했다. 당시 법무부는 수사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는 방안과 관련해 협의를 요구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거절했었다. 한 검사장은 이에 대해 “딱 하나다. 무조건 권력 수사를 막겠다. 그런 일념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공부 좀 하라고 그래. 지금까지 맞는 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당시 윤 총장은 수사-기소 검사 분리와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입법 유례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은 이어 추 장관의 공소장 공개 금지 지시와 관련해 “일개 장관이 헌법상 국민의 알 권리를 포샵(포토샵)질을 하고 있다”며 “로또도 나중에 알고 먼저 아는 게 차이가 얼마나 크냐. 당연히 알 권리의 핵심은 언제 아느냐다”라고 말했다. 검사가 기소했을 때 공소장을 국민들이 보지 못한다면 알권리가 위축된다는 의미다.
추 장관은 앞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재판이 시작되면 내용을 알 수 있다”고 말했었다. 당시 추 장관의 지시는 청와대와 여권 인사 등의 선거개입 행위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한 검사장은 “국민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는 뜻은 우리만 먼저 알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한 검사장은 또 추 장관을 겨냥해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때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오히려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한 검사장은 “검찰에서 의견을 가지고 오면 퉁기고 퉁기고 하는 거지 이렇게까진 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신라젠 수사 얘기를 꺼냈다. 한 검사장은 기본적으로 서민 다중 피해 범죄라고 밝혔다. 이씨는 유시민 이사장과 관련해 계속 얘기를 꺼냈지만 한 검사장은 “유시민이 어디서 뭘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며 “유 이사장에 관심없다”고 대답했다.
이씨 측은 이어 유 이사장 등의 관련성을 찾기 위해 이철 전 대표의 아파트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그러자 “그건 해 볼만하다. 어차피 유시민도 뭔가가 나올 것 같으니 자기가 먼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이 전 대표 회사에서 강의를 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어 이씨가 이철 전 대표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것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된다”고 말했다. 이씨가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하자 한 검사장은 “숙소가 어디냐”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이밖에 부산고검에 식당이 있느냐, 3월 달에 바닷가에서 술 한잔 먹으면 좋다는 등의 일상적 대화를 나눴다.
이씨 측은 “전체 20여분 대화 중 신라젠 대화는 전체 20% 밖에 되지 않는다”며 “유시민의 범죄 정보를 얻기 위해 불법적인 내용을 상의하고 공모하는 내용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해당 녹취록이 이씨와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중요 증거 중 하나로 보고 수사 중이다.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