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사립공업고등학교에서 일부 교사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피해자들의 추가 진술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터져 나온 계기는 지난달 8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여학생 간담회’다. 이곳은 공업고라는 특성상 전교생 442명 중 여학생은 22명뿐이다. 학교 측은 복장 규정을 개정한다는 이유로 소수 인원인 여학생만 따로 불러 치마 길이와 화장, 두발 염색 등을 지도했다.
그러나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에 따르면 이때 한 교사는 여학생들을 앉혀놓고 고개를 밑으로 숙여 치마 안 속옷이 보이는지 직접 확인했고, 플라스틱 자로 치마 길이를 재거나 다른 학생을 시켜 측정하도록 지시했다. 또 여학생들에게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시키며 속옷이 드러날 때마다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학생 A양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처음에는 저희도 복장 등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자리라고 해서 갔는데 굉장히 강압적인 시간이었다”며 “속바지를 안 입고 있어서 속옷이 보인 친구들이 많았다. 수치스럽고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은 평소에도 일부 남학생들에게 수시로 외모·몸매 평가를 당했고 ‘걸 X’ 등에 빗댄 조롱성 발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학생 A양은 “(남학생들이) 저급한 단어를 사용해 여학생들을 깎아내리는 말을 많이 했다”며 “몸을 노골적으로 쳐다보고 ‘가슴이 크다.’ ‘엉덩이가 크다.’ 등의 품평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복을 입으면 속옷이 비치는 경우가 있는데 ‘쟤 오늘 무슨 색깔이네’라고 얘기한다든지 일부러 물을 뿌려서 보이게 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선생님들의 대부분 제재를 안 하셨다”며 “오히려 너희가 학생답지 못해서 선생님이나 남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거고 당연한 거라고,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치마를 늘리거나 행실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학교에 다니는 중이니까 피해자 중에는 두려워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공론화된 게) 오히려 잘 됐다는 분위기”라면서도 “하지만 선생님들은 말을 안 꺼내거나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고 한다. 묻으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피해 학생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13일 인권위원회가 권고한 교칙 재개정 권고안을 해당 고교에 전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이 이 안을 실제로 얼마나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